러시아가 국제우주정거장(ISS)행 유인 우주선 로켓 발사에 재도전한다. 지난달 우주선 추락 사고로 체면을 구긴 러시아연방우주국(Roscosmos)은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기술을 쌓은 미국 민간기업들이 거세게 도전하고 있어 우주 경쟁에서마저 미국에 뒤처질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3일 “미국 러시아 캐나다 국적 우주인 3명을 태우고 이날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기지에서 발사되는 소유즈 MS-11를 마지막으로 러시아의 7년 간의 유인 우주선 독점 시대가 끝난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를 2011년 퇴역시킨 뒤 러시아 우주선을 이용해 자국 우주인들을 ISS에 보내왔다.
약진하는 미국 민간기업
미국은 앞으로는 러시아의 소유즈 뿐만 아니라 스페이스X 등 자국 민간기업의 우주선에 ISS 승무원을 태워 보내기로 했다. 지난달 러시아 우주선의 사고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소유즈 MS-10’ 우주선은 지난달 로켓 발사체 발사 후 2분여 만에 2단 로켓 오작동으로 지상으로 추락했다. 다행히 우주 비행사 두 명은 추락 직전 비상탈출해 구조됐지만 프로젝트에 차질이 빚어졌다. ISS에 머물던 우주인들이 크리스마스 전에 지구로 귀환한다는 계획은 틀어졌다.
러시아의 자존심에 금이 간 사이 미국의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의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우주항공 분야의 강자 보잉도 다시 등장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폭발 사고와 2003년 컬럼비아호 공중 폭발로 각각 7명의 대원을 모두 잃은 뒤 유인 우주선 프로젝트에 소극적이었다.
최근 들어선 꾸준한 투자로 기술력을 키운 민간 기업들이 NASA를 대신해 나서고 있다. 스페이스X는 유인 우주선 ‘드래곤’을 내년 6월에, 보잉은 ‘스타라이너’를 내년 8월에 각각 선보이고 유인 비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드래곤 발사에는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스타라이너 발사에는 보잉과 록히드마틴 합작사인 유나이티드론치얼라이언스(ULA)가 개발한 아틀라스V 로켓이 이용된다.
러시아우주국, 잇따른 사고와 횡령
러시아는 2020년까지로 알려진 NASA와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노다지‘시장을 빼앗길 위기다. 2011년 미국의 우주 왕복선 퇴역 이후 러시아는 미국 우주 비행사와 장비를 ISS로 실어 나르면서 약 26억달러(약 2조9000억원)을 벌어들였다.
다음 입찰에선 그동안 수많은 인공위성 등 화물을 실어나르며 경험을 축적한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들을 이기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스페이스X는 로켓 재사용기술까지 개발해 러시아에 비해 낮은 가격에 우주를 왕복할 수 있다.
반면 러시아연방우주국은 방만한 경영으로 기술 개발을 게을리 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꼬집었다. 알렉세이 쿠드린 감사원장은 지난 6월 러시아연방우주국 회계장부에서 7600억루블(약 12조원) 규모의 금융 규정 위반을 발견했다고 러시아 하원에 보고했다. 쿠드린 원장은 지난달 러시아 국영방송 로시야24 인터뷰에서 “수십억달러가 부정하게 쓰였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며 “연방우주국은 회계 위반의 규모에서 챔피언”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러시아연방우주국은 극동 지역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발사대에서 중대한 결함이 발견됐고, ISS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구멍이 나는 등 크고 작은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스페이스X는 오는 4일 새벽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팰컨9 ‘블록5’ 로켓 발사에 나선다. 이 로켓은 지난 5월과 8월에 이어 이번에 3번째로 발사된다. 최초의 3회 로켓 재활용이다. 이 로켓에는 우리나라의 과학연구 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1호'를 비롯해 64개의 소형 위성이 실려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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