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조끼 폭동' 현장 간 마크롱…국가비상사태 선포 검토

입력 2018-12-03 17:56   수정 2019-03-03 00:00

50년 만에 최악의 사태

"시위대와 대화하겠지만 폭력 행위 용납못해"
주요 도시 경비 강화 지시



[ 설지연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행정부의 유류세 인상에 반발하며 시작된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가 대규모 폭력 사태로 번지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정책에 대한 반발이 확산하고 있어 50년 전 68혁명 이후 최악의 폭동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은 “폭력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 비상사태 선포 등을 검토하고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개선문과 샹젤리제 거리 등 시위 현장을 둘러본 뒤 비상 각료회의를 소집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 대표단과 만나 대화하되 폭력시위에 대비해 주요 도시 경비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내무장관은 “시위대에 극우·극좌 성향의 폭력집단이 섞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모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시작된 노란 조끼 시위는 3주째 이어지면서 격렬한 폭력 사태로 번지고 있다. 7만5000여 명이 시위에 참여한 지난 주말 파리 번화가의 190여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50여 대의 차량과 6개 건물이 불탔다. 경찰은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최루탄과 연막탄 등을 동원했다. 프랑스 경찰은 파리에서만 400여 명을 연행했고, 133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가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정책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결과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마크롱 정부는 지난 1년간 친환경 자동차 확대를 위해 유류세를 지속적으로 인상했고, 이에 대한 트럭 운전사 등의 반대 시위가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반발로 확산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담배세, 유류세 등 생활 밀접형 간접세를 대폭 늘리면서 국가 지원에서 벗어난 서민층 생활고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노란 조끼는 프랑스 정부가 각종 사고에 대비해 차량에 의무적으로 비치토록 한 형광 조끼로, 운전자 등 서민층을 상징한다. 이번 시위가 월평균 가구소득 1300~2100유로(약 164만~265만원)의 서민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BNP파리바에 따르면 올해 프랑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2615유로(약 330만원)로 2012년보다 6.7% 증가했다. 하지만 서민층을 구성하는 하위 중산층 비중은 28% 수준에서 수년간 정체돼 있다. 프랑스 경제전망연구소는 2016년 프랑스 중산층 가구의 평균 가처분 소득은 2008년보다 470유로, 하위 5% 가구는 160유로 감소했다는 조사를 내놨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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