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후진적 노동문화 바로잡아야

입력 2018-12-03 18:04  

더 이상 약자 아닌 노조의 폭력성향은 여전
경직적 노동시장은 투자도 일자리도 차버려
불법 관행 끊고 유연한 고용시장 만들어야

권태신 <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



최근 한 중견기업 노조가 회사 임원을 감금·집단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다. 정당한 노동운동이야 누가 뭐라 하겠는가. 하지만 이건 나가도 너무 나갔다. 모든 일에는 지켜야 할 선이 있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감금하고 주먹을 쓰는 것은 노동운동이라는 미명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감금, 폭력은 그 목적이 무엇이든 범죄행위일 뿐이다.

우리의 노동문화가 어쩌다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역사는 30여 년 전으로 올라간다. 1987년 민주화 과정에서 그동안 억눌린 노동운동이 허용됐다. 그 과정에서 당시 수많은 노동자의 요구가 이어졌고 폭력시위, 막무가내식 주장이 난무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노동자와 노조 지위가 올라갔지만 그들의 방식은 바뀐 것 없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요즘 노조의 지위는 30여 년 전과는 상전벽해다. 신문에는 ‘정부와 국회 위에 군림하려는 민주노총’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를 쓰지 않으면 시위는 물론 도로 점거도 예사다. 정책이 마음에 안 들면 민선 시장 사무실을 점거하기도 한다. 외국이면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우리 공권력은 눈치 보느라 뒷짐만 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노총 막다가 소송당하면 총리, 장관이 책임질 거냐’는 어느 기사가 오늘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들은 약자가 아니다. 이미 대한민국 최고 기득권층이다.

그들의 지위가 올라가면서 요구 사항도 국정 전반에 이르고 있다. 지난 1일 양대 노총은 다른 단체와 공동으로 대북 제재 중단, 재벌 청산, 국가정보원 해체,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 규제프리존법 폐지 등을 주장했다. 이것이 노동운동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우리의 노동문화가 후진적이라는 것은 세계도 지적하는 사실이다. 한국의 노사협력 분야 순위를 보면 참담한 수준이다. 지난 10월 세계경제포럼(WEF)은 140개국 중 124위, 5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은 63개국 중 53위, 1월 유럽경영대학원(INSEAD) 등은 119개국 중 116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가진 대한민국의 성적표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노동시장도 경직적이다. 2016년 캐나다 프레이저연구소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시장 자유도는 159개국 중 136위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로 한정하면 34개국 중 32위로 꼴찌 수준이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 OECD 등 국제기구들도 한국의 노동시장 경직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경고하고 있다.

후진적 노동문화는 경제에도 악영향을 준다. 최근 한국에 있는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42.5%가 내년 한국 투자를 올해보다 줄일 것이라고 했다. 최대 걸림돌로는 노사 문제(85%)와 가파른 임금 상승(72.5%)을 꼽았다. 후진적 노사관계가 한국의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통계로도 나타난다.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돈은 3017억달러로,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온 905억달러의 세 배가 넘는다. 이로 인해 사라진 일자리 수는 작년 한 해만 44만 개라고 한다.

반면 선진국들은 적극적인 노동시장 개혁으로 경제를 살렸다. 독일은 2003년 하르츠 개혁, 네덜란드는 1982년 바세나르 협약을 통해 노동시장 개혁을 이뤘고, 유럽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생산성 증가를 고려한 합리적인 임금 인상, 시간제 일자리 확대 등 유연한 고용시장을 만들었다. 덕분에 근로자는 일자리를 얻고 기업은 이윤을 창출했다. 노사가 함께 대화하고 양보하고, 정부가 적극 지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도 이제 노사가 함께 대화하고 양보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토대는 준법이다. 의도대로 안 됐다고 폭력, 감금, 기물 파손, 영업 방해, 불법 점거하는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선을 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정부도 중심을 잡아야 한다. 내년에는 경제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금도 문 닫는 공장이 많다고 하는데 걱정이다. 어떻게든 공장은 돌려야 하지 않겠는가. 공장이 쉬면 근로자도 쉬게 되고 결국 나라 경제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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