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사이에 있는 리히텐슈타인은 대공(大公)이 국가 원수인 입헌군주국이다. 면적은 160㎢로 서울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12세기 오스트리아 동쪽에서 발흥한 리히텐슈타인 가문은 1608년 카를 1세가 합스부르크 왕실로부터 대공의 지위를 인정받았다. 1719년 셸렌베르크와 파두츠 지역을 합쳐 공국을 세웠으니 내년이면 건국 개국 300주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리히텐슈타인 가문이 수집해온 세계 최고 수준의 ‘왕실 컬렉션’을 중심으로 공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다. 왕가의 역사를 시작으로 생활 문화, 도자기, 말 사육과 사냥, 미술품 수집과 후원 등 다섯 개 주제로 나눠 보여준다.
신성로마제국의 카를 6세 황제가 리히텐슈타인 공국의 성립을 인정한 문서, 17세기 최고의 보석세공사 디오니시오 미세로니가 약 16㎏의 연수정 덩어리를 통째로 깎아 가문의 문장을 새겨 넣은 ‘마이엔크루그(뚜껑 달린 병)’가 눈길을 끈다.
왕실을 장식한 미술품과 화려한 가구도 만날 수 있다. 색깔 있는 돌을 짜 맞추고 거기에 준보석을 상감해 모자이크 회화를 만드는 ‘피에트라 두라’ 기법으로 장식한 함, 알로이스 1세 대공비를 아름다운 여신의 모습으로 묘사한 프랑스 초상화가 엘리자베스 비제-르브룅의 대형 유화 ‘카롤리네 대공비의 초상’이 주목할 만하다.
합스부르크 황실 소속 빈 황실도자기 공장에서 만든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식 도자기와 나폴레옹이 로마에서 주문 제작한 은식기도 감상할 수 있다. 16세기에 제작된 석궁, 왕가 문장을 새긴 마구 등 유럽 귀족 사회의 특권이었던 말 사육과 사냥, 총기와 관련된 그림과 기록도 있다. 르네상스 시대 조각가 피에르 야코보 알라리-보나콜시가 1500년께 제작한 청동도금 조각상 ‘사자 가죽을 두른 헤라클레스’ 등 왕가에서 수집한 미술품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2월10일까지.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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