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옵션 부담에 경쟁률 하락
청약제도 개편 전 서울 강남권 마지막 분양 물량인 ‘디에이치 라클라스(삼호가든3차 재건축·조감도)’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이 평균 23.94 대 1에 그쳤다. 지난달 청약을 받은 ‘래미안 리더스원’의 경쟁률이 41.69 대 1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청약 열기가 많이 식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중대금대출 불가, 빠듯한 대금납입조건, 1억원에 달하는 옵션 등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강남 청약자 반토막
5일 금융결제원의 아파트 청약 홈페이지인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디에이치 라클라스 1순위 청약(210가구 모집)에 5028명이 몰렸다. 지난달 래미안 리더스원 청약자 수(9671명)의 52% 수준이다. 올 3월 디에이치자이개포(옛 개포8단지) 청약엔 3만1000여명이 몰렸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강남권 청약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 역력하다”고 말했다.
주택규모가 작을수록 청약 경쟁률도 낮았다. 전용 104B㎡는 1가구 모집에 412명이 청약해 최고 경쟁률 412 대 1이 나왔다. 115A㎡도 2가구 모집에 756명이 청약통장을 던져 378 대 1을 기록했다. 전용 59C㎡는 2가구 모집에 192명이 청약을 신청해 96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용 50A㎡(23.54 대 1)와 59B㎡(44.96 대 1)는 공급 가구 수(각 24가구)가 상대적으로 많아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옵션 비용만 1억원
많은 전문가들이 청약 전 당첨만 되면 4억원의 웃돈을 기대할 수 있는 ‘로또’라고 평가했다.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그 만큼 싸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전문가들은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 청약 경쟁률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단지는 모든 주택형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 집단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 아파트 분양가는 9억3000만~22억원이다.
계약금 비중도 일반 아파트보다 높은 편이다. 통상 총분양가의 10%를 계약금으로 내지만 이 단지는 20%를 계약금으로 책정했다. 중도금 납입 기간도 20개월로 일반 아파트(30개월)보다 짧다. 전용 84㎡ 기준 4개월 단위로 1억7000만원씩 납입해야 한다.
옵션 비용도 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용 84㎡를 보면 발코니 확장비(주방수납+수납·학습강화형)는 2561만원이다. 거실과 주방, 침실 네 곳 등 총 6개소에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하려면 814만원이 더 든다. 하이브리드쿡톱, 양문형냉장고, 김치냉장고, 기능성오븐, 식기세척기, 오븐업레인지후드, 보이스홈, 미세먼지패키지 등을 추가하면 2065만원이 더 붙는다. 안방붙박이장, 거실·주방 바닥 타일 마감, 거실 우물천장 간접조명, 주방가구 패키지 등 가구 유상옵션 비용은 3000만원 정도다.
전용면적 84㎡ 계약자가 발코니 확장을 포함해 유상옵션을 모두 선택한다면 추가로 드는 비용은 1억원 수준이다. 전용 84㎡B 10층 가구 계약자가 내야 하는 총비용은 17억4700만원에서 18억3000만원으로 올라간다.
이런 상황이라면 래미안리더스원처럼 정당계약과 예비당첨자 계약에서 미계약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래미안리더스원의 경우 26가구의 미계약 물량이 발생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권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낮다고는 하지만 주변시세도 언제든 급락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실수요자들이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전히 뜨거운 강북
같은 날 1순위 청약을 받은 힐스테이트 녹번역은 평균 59.0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49가구 모집에 1만1455명이 청약을 신청했다. 가장 높은 경쟁률은 전용 74㎡로 183 대 1이었다. 강북 신규 분양 물량엔 올들어 꾸준히 1만명 이상 청약하고 있다.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대비 1억~2억원 낮게 책정되는 것이 매력 요소다. 총 분양가격이 9억원을 밑돌아 웬만하면 중도대금 대출도 가능하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대출규제가 강남·북의 희비를 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진석/이소은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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