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산하 노조 가입한 IT社 직원들, 미군 철수가 사내 복지와 무슨 상관이지?

입력 2018-12-0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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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완 기자 ] “미군 철수와 사내 복지가 무슨 상관인가요?”

최근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노조 결성이 잇따르는 가운데 한 직원이 전한 얘기다. 지난 4월 포털 네이버를 시작으로 카카오, 게임업체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보안업체 안랩 직원들이 노조를 설립했다.

직원들은 근로환경 개선을 기대하면서도 노조가 강성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에서 활동을 하는 것을 우려했다. IT업계 노조 가운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인 안랩 노조를 제외하고 모두 상급단체로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화섬식품 노조)를 택했다.

이들 노조가 IT 업종과 거리가 먼 화섬식품 노조로 들어간 것은 업계에서 노조를 처음 설립한 네이버의 영향이 컸다. 네이버 노조 측은 “어떤 산별노조에도 우리와 같은 IT 기업이 없어 전문적인 역량을 갖추고 우리를 위해 헌신할 곳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IT 기업 직원들 사이에서는 화섬식품 노조를 택한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노동권 보장, 사내 복지 확대 등과 무관하게 노조가 특정 세력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A사 직원은 “노조 가입을 고민하다가 화섬식품 노조의 강령을 보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조 가입을 거부한 직원 일부는 화섬식품 노조 강령의 ‘미군철수’ ‘노동자 정치세력화’ 등의 문구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스마일게이트의 한 직원은 직장인 대상 익명게시판 앱(응용프로그램) 블라인드에 올린 글에서 “노조가 생겨 우리 삶이 나아지길 바랐건만 특정 세력 그리고 그들을 뒤에서 비호하는 정당 등의 이익 싸움에 게임업계가 이용당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다만 화섬식품 노조 같은 상급단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갓 생긴 노조가 힘을 제대로 쓰려면 상급단체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B사 직원은 “강한 상급단체가 없다면 회사 측이 협상을 대충 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의 직원도 블라인드에 “(일부 게임업체에서) 정규직임에도 비정규직처럼 나가라고 하면 나가버렸던 지난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연대가 필요해진 상황”이라는 글을 올렸다.

노사 교섭이 진행 중인 업체들의 협상이 순탄치는 않다. 네이버에서는 노사가 노조 가입 대상과 단체협상 적용 대상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협상 결렬 직전까지 갔다가 봉합됐다. 열두 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노동쟁의 참여를 제한하는 직원 범위를 두고 양측의 의견 차가 여전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에서는 노조 가입 대상을 두고 노사가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노조는 모든 직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팀장 이상 △글로벌 보안본부 △IT서비스실 등의 직원은 노조에 가입할 수 없도록 단체협약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랩은 지난달 노조의 반대로 서비스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분사하는 방안을 철회하기도 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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