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잇단 기관장 사퇴 압박에 과학계가 '쑥대밭' 돼가고 있다

입력 2018-12-0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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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중도 사퇴하고, 손상혁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이 중도 사임한 데 이어, 임기가 남아있는 신성철 KAIST 총장도 사퇴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과학계는 “지난 정부 때 임명됐다는 이유로 기관장들을 이런 식으로 쫓아내도 되는 거냐”며 격앙된 분위기다.

기관장의 잘못이 명백하다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하겠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그게 아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온 데다, 감사 결과에 대해 몹시 억울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 총장을 감사한 뒤 검찰에 고발한 과기정통부는 신 총장이 2013년 DGIST 총장으로 재임할 당시 미국의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와 이면계약을 맺고 제자를 편법 채용했다고 하지만, 신 총장은 정부가 내놓은 감사 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각계에 억울함을 호소하던 손 총장도 사의를 밝힌 이메일에서 “지난여름부터 우리 기관이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대학이 당할 불이익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심경의 일단을 드러냈다. ‘탈(脫)원전’ 소용돌이 속에서 지난 3월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지는 하 원장 역시 이임식에서 “직원들이 감사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21년 전부터 축적된 문제를 이유로 사퇴 요구에 시달렸다. 이러니 과학계에서 정상적인 감사가 아니라 기관장 사퇴라는 목표를 정해 놓고 벌이는 ‘표적 감사’라는 반발이 쏟아지는 게 당연하다.

과학기술 현장이 ‘쑥대밭’이 돼 가는데도 ‘자율과 책임의 과학기술 혁신생태계 조성’ ‘과학기술 발전이 선도하는 4차 산업혁명’을 말해 온 과기정통부는 무력하기만 하다. “이 나라 과학기술정책은 기관장 자르는 것밖에 없느냐”는 한탄이 가득한데도 정작 주무부처는 “청와대에서 그러니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정권 교체’ 리스크에 경제뿐 아니라 과학기술마저 망가지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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