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 8단·태권도 9단' 무도인 CEO
수양 연구·고민 담은 책 이달 출간
"난관 대비해 체력·재물·덕 쌓아야
세상 혼란스러울수록 수양 힘쓸 때"
[ 김낙훈 기자 ] 이국로 사이몬 회장(71·사진)은 검도 8단에 태권도 9단이다. 사이몬 지주 등 4개사를 경영하며 연매출 600억~700억원대 기업을 일군 그의 주된 사업분야는 플라스틱 파이프 제조다. 1973년 한양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한 뒤 자본금 3만원으로 창업해 이뤄낸 성과다. 한국예도문화체육장학회를 설립해 불우한 체육인 및 그 자녀들을 돕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과 한국플라스틱조합 이사장을 지냈다.
그는 주위에서 자서전을 쓰라는 권유를 많이 받는다. 그동안의 인생 역정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원고지 수백 장을 썼다가 찢어버렸다. “자서전이라는 게 결국 자기 자랑 아니냐”고 했다. 낯간지럽다며 자서전 쓰기를 포기했다. 대신 이달 수양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오래 고민한 내용을 담은 《수양(修養)》이란 책을 낸다.
“좋은 나무는 쉽게 크지 않아요. 세심하게 관리하고 가지도 쳐줘야 합니다.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죠.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회장은 “학교와 학원에 보내고 도장에서 운동을 시킨다고 훌륭한 인물로 자라는 게 아니다”며 “또 다른 의미에서의 수련이 필요한데 바로 이게 수양”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인생을 살다 보면 수많은 어려움을 넘어야 하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나약하다”고 수양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어려운 순간이 닥치는 때를 대비해 체력과 재물, 덕을 비축해야 하는데 그것이 수양의 일종”이라며 “눈앞의 이익에 혹해 넘어가지 말고 멀리 내다보고 주위 사물을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책을 내기 위해 수년간 준비해 왔다. 일본 《무사도(武士道)》의 저자 니토베 이나조를 연구하고, 예수 석가 공자 맹자 노자의 가르침을 살피며 수천 장의 원고를 썼다. 그는 지금도 스승인 이종림 검도협회장(검도 8단)의 가르침을 기억한다. 스승은 이 회장이 8단을 따 검도 최고수에 올랐을 때 세 가지를 당부했다고 한다. “함부로 힘자랑하지 마라. 품격을 지켜라. 진흙탕 싸움엔 절대 가담하지 말고 돌아가라.”
이 회장은 검도 8단에 오른 뒤 더 겸손해졌다. 남들에게 먼저 인사하고, 어려운 체육인을 한 명이라도 더 돌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검도의 ‘도’나 태권도의 ‘도’는 싸움을 위한 게 아니라 이기고 지는 방법을 수련함으로써 승복과 배려 정신을 익히는 수양 과정”이라며 “세상이 혼란스러울수록 싸움 대신 수양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인대 체육학 명예박사인 이 회장은 5일 용인대에서 학생 150여 명을 대상으로 수양에 대해 특강을 했다. 그는 “앞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수양과 도전정신에 대한 강연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는 17일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지인 300명을 초청해 수양 출판 기념 자축연을 연다. 내년 2월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2·8 독립선언 100주년 기념행사’에선 한국을 대표해 한국검도 시범도 보일 예정이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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