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페이스북을 상대로 전쟁중인 영국 의회

입력 2018-12-06 07:41   수정 2018-12-06 07:47


페이스북과 마크 저커버그에 대해 복수를 다짐해온 영국 의회가 칼을 뽑았습니다.

영국 의회 DCMS(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 위원회는 페이스북의 기밀 문건을 분석해 25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페이스북이 사용자 데이터 활용과 관련해, 자사가 선호하는 에어비앤비나 넷플릭스 리프트 등 ‘화이트리스트’ 기업에겐 특별 접근권을 주되 자사 플랫폼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트위터 등 ‘블랙리스트’ 기업은 차단하는 식으로 불공정하고 차별적으로 운영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트위터는 비디오앱인 Vine을 발표한 직후인 2013년부터 데이터 접근을 차단당했습니다.

경쟁을 제한하는 무기로 쓴 겁니다.

저커버그는 이런 과정에서 어떤 회사에 엑서스 권한을 주거나 차단할 것인지 일일이 관련팀과 이메일을 보내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임원들이 페이스북이 가입자 개인정보를 본인 몰래 수집해서 이용한 사실을 어떻게 은폐할 것인가하는 방법을 의논한 회의록도 확인됐습니다.

뉴욕타임스 등은 이런 내용을 대서특필하고 있습니다.
상당수 내용은 이미 알려진 것이지만, 영국 의회가 사용자 정보를 자의적 기준으로 써왔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페이스북과 대선 꿈을 꾸는 저커버그에게는 한 번 더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영국 의회는 페이스북에 대해 이를 갈아왔습니다.
올 초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 사태가 터졌을 때 미국과 영국 의회는 모두 저커버그 출석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저커버그는 미 의회에는 출석했지만, 영국엔 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최고기술책임자, 변호사 등을 보내겠다고 통보했었죠.

영국 DCMS 위원회의 다미안 콜린스 위원장은 당시 “저커버그가 미국 의회와 유럽 의회에는 직접 출석했으면서 영국엔 지위가 낮은 대표를 보냈다”고 발끈했었습니다.

영국 의회가 페이스북 기밀자료를 확보한 과정은 첩보전을 방물케 합니다.
최근 미국의 식스포쓰리(Six4Three)라는 소형 앱 개발사로부터 얻어냈는데요. 이 개발사는 현재는 없어진, 비키니 사진 검색 앱을 만든 곳입니다.

영국은 이 업체의 한 임원이 런던에 출장을 왔을 때 '합법적 권한 행사'를 명분으로 문건을 넘길 것을 강력히 요구해 받아냈습니다.(구금 여부는 모름)

이 개발사는 캘리포니아 산마테오 법원에서 페이스북을 상대로 '개인정보 침해' 등과 관련한 소송전을 진행중입니다. 소송 과정에서 얻어낸 문건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른 것이죠.

영국 의회가 문건을 확보한 뒤 페이스북은 "그 문건은 캘리포니아 법원이 공개를 제한한 것으로 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영국 의회는 이를 무시하고 자세히 분석해 발표한 겁니다.
콜린스 위원장은 “조사를 위해 문서를 습득하고 분석 결과를 발표할 관할권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커버그는 보고서가 발표된 뒤 "우리가 시스템을 운영하는 방식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정책은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변화였고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올해 온갖 스캔들이 터지면서 저커버그는 사퇴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주가는 올 1월1일 이후 21.8% 내린 상태입니다. 지난 7월 고점(209.94달러)로부터는 34.3%나 폭락했습니다.
최근 아마존 등이 소폭 반등했지만 페이스북은 반등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부시 대통령 장례를 끝낸 미 증시는 6일 재개장합니다. 페이스북 주가를 지켜봐야겠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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