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석의 워싱턴인사이드] '아버지 부시' 장례식이 보여준 미국의 품격

입력 2018-12-06 16:56   수정 2019-03-06 00:00


오늘(5일, 현지시간) 미국에서 최고의 화제는 ‘아버지 부시(조지 HW 부시)’의 장례식이었다. 아침부터 미 언론은 라이브와 속보, 분석기사를 쏟아냈다. 기자도 인터넷 동영상으로 장례식을 지켜봤다. ‘우리라면 과연 이럴 수 있을까’ 하는 장면이 많았다.

(1) 전·현직 대통령 5명이 모인 장례식

이날 워싱턴DC 국립성당에는 상주인 ‘아들 부시(조지 W 부시)’ 부부를 비롯해 트럼프·오바마·클린턴·카터 부부가 나란히 앉았다. 살아 있는 5명의 전·현직 대통령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한 때 ‘정적’였고, 지금도 서먹서먹한 관계다. 피부색과 출신과 배경도 제각각이다. 그래도 이들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사진 속에 담긴 이들의 모습은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를 보여준다. 우리라면 과연 이럴 수 있을까.

(2) 전직 대통령을 기억하는 법

‘아버지 부시’ 사망 이후, 미 언론은 그를 ‘가장 성공한 단임 대통령’,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준 대통령’으로 평가했다. 이날 장례식에서도 그의 전기작가였던 존 미첨은 추모사를 통해 그를 “미국의 가장 위대한 군인-정치가이자 20세기 건국의 아버지”라고 치켜세웠다. 모든 대통령이 공과가 있고, ‘아버지 부시’ 역시 과오가 있겠지만, 미 언론과 미국인들은 그의 단점과 실패를 물어뜯기보다 그로부터 배워야할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우리라면 과연 이럴 수 있을까.

(3) 추모사 못한 현직 대통령

이날 ‘아버지 부시’에 대한 추모사는 모두 네 명이 했다. 전기작가 미첨, 브라이언 멀로니 전 캐나다 총리, 평생 친구였던 앨런 심프슨 전 상원의원, 아들 부시 순이었다.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는 맨 앞줄에 앉았을뿐, 추모 연설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고인과 개인적으로 깊은 인연을 나눈,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이 고인의 삶을 되돌아봤다. 대통령이라고 어느 자리에서나 연설할 수 없는 나라가 미국이다. 우리라면 과연 이럴 수 있을까.

(4) 눈물과 웃음이 교차한 장례식

장례식엔 눈물과 함께 유머가 교차했다. 멀로니 전 총리는 추모사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중 휴식시간에 있었던 ‘아버지 부시’의 일화를 들려줬다. “브라이언, 방금 국제업무의 기본적인 원칙을 깨달았다네. 작은 나라일수록, 연설이 길다네.” 심프슨 전 의원은 10여분의 추모연설 내내 추모객을 웃음짓게했다. “그(조지)는 지인들에게 잘 알려진 심각한 결점이 있었죠. 그는 재밌는 농담을 좋아했어요. 더 재밌을수록 더 좋았죠. 그는 (재밌는 농담엔)머리가 뒤로 넘어갈 정도였고 크게 웃었어요. 그런데 그는 결정적인 구절은 기억을 못했어요.절대로.” 아들 부시는 “우리에게 그는 완벽에 가까웠지만 완전히 완벽하진 않았다”며 골프 쇼프 게임과 춤 실력은 형편없었고, 야채, 특히 브로콜리를 못먹었다며 “이런 유전적 결함을 우리에게 물려줬다”고해 추모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들의 추모사 속엔 고인에 대한 애도와 함께 그가 살아온 삶에 대한 따뜻한 회고가 담겨 있었다. 그래서 더 뭉클한지도 모른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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