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탱크 기술력 등 세계 최고…현대重, 최근 1주일새 4척 따내
올 수주 목표액 90% 훌쩍 넘어…대우조선·삼성중공업도 선방
운임 계속 올라 상반기의 3배…글로벌 물동량 증가도 호재
[ 김보형 기자 ]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앞세워 연말 수주 스퍼트에 나섰다. 올해 한국 조선업은 7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연간 수주량에서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조선 빅3가 두각을 나타내온 LNG 운반선 발주가 잇따라 수주 목표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전문가들은 “중국 등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LNG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LNG 운반선이 한국 조선업계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NG 운반선 수주 잇따라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6일 이후 최근 1주일 새 7억4000만달러(약 8400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4척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 5일 미주지역 선사와 3억7000만달러 규모의 LNG 운반선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조선 빅3는 LNG 보관탱크 등 LNG 운반선 관련 기술 경쟁력을 갖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세계에서 발주된 17만㎥ 이상의 대형 LNG 운반선 50척을 국내 업체가 싹쓸이했다. 현대중공업이 절반에 가까운 24척을 따냈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14척과 12척을 수주했다.
LNG 운반선 운임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연말까지 추가 발주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셰일가스 수출 증가와 중국의 친환경 에너지 소비 확대로 LNG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 덕분에 상반기 6만달러를 밑돌던 대형 LNG선 하루 운임은 지난달 2배 이상 껑충 오른 19만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석유·가스 기업인 쉘과 선박 용선(임대) 계약 체결을 앞둔 글로벌 선주사들이 10여 척의 LNG 운반선 발주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도 LNG 운반선 발주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락슨은 올 한 해 60척의 LNG 운반선이 발주되는 등 2027년까지 매년 60척 이상이 발주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업계 새 블루오션
올해 수주 목표치(132억달러)의 84%인 111억달러를 수주했던 현대중공업은 한 달 만에 13억달러의 LNG 운반선 건조 계약을 따내 목표액의 94%(124억달러)를 달성했다. 139억달러를 수주한 2013년 이후 5년 만의 최대 수주 실적이다. 연말까지 2척 이상의 LNG 운반선 추가 수주가 가능해 수주 목표 초과 달성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수주 목표(73억달러) 대비 달성률이 77%(56억4000만달러)인 대우조선해양도 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연말까지 최대 10억달러 이상 추가 수주가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도 연내 2척가량의 LNG 운반선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12월과 다음해 1월의 선박 발주 비중은 연간 발주량의 22%에 달한다”며 “LNG 운반선 운임 상승 여파로 투기성 발주 수요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LNG 수요 증가로 물동량이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한국 조선업계에 호재다. 클락슨은 지난해 2억9200만t이던 세계 LNG 물동량이 올해는 11% 늘어난 3억2400만t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30년엔 LNG 물동량이 현재의 두 배에 가까운 6억t에 이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여기에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선박 관련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LNG 운반선뿐만 아니라 LNG를 연료로 쓰는 LNG 추진 선박 시장도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18척의 LNG 추진 선박을 수주해 세계 조선업체 중 가장 많은 실적을 보유하고 있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LNG 추진 선박 건조 경험이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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