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모집인 40%까지 감원…"자영업자 위해 다른 약자 일자리 뺏나"

입력 2018-12-06 17:54   수정 2018-12-07 15:00

카드업계 '실직 공포'

乙들의 '처절한 전쟁터' 된 카드업계

수수료 인하로 당장 비용절감해야…모집인이 첫 희생양
현대카드, 직원 400여명 감축 검토…업계 枯死 내몰려



[ 정지은 기자 ] 카드 모집인으로 일하는 40대 여성 김모씨는 요즘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카드사가 내년부터 모집인을 대폭 줄이면 한 달에 150만원 정도를 버는 이 일자리도 놓치게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신용카드 모집은 특별한 경력이 없더라도 열심히만 하면 살림살이에 적잖은 보탬을 줄 수 있는 일이다. 김씨는 “정부가 연매출이 30억원이나 되는 가맹점은 보호하고 나처럼 한 달 150만원이 아쉬운 서민은 버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소연했다.


직격탄 맞는 카드 모집인

여당과 정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카드 수수료 개편방안’의 핵심은 가맹점 수수료를 연간 8000억원 줄이겠다는 것이다.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 명분이다. 구체적으론 전체 가맹점의 93%를 우대해주고 연매출 500억원까지는 수수료를 낮춰주기로 했다.

카드사들은 수입(매출) 자체가 줄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구조조정의 방향 중 하나가 인력 감축이다. 카드사들은 카드 모집인 감축을 첫 번째로 삼고 있다. 그다음이 자체 직원 감축이다.

카드 모집인이 첫 번째 ‘희생양’이 되는 것은 외곽 조직이어서 구조조정이 쉽기 때문이다. 카드사 직원은 보통 노동조합에 소속돼 있어 인력 구조조정엔 협상이 필요하다. 더구나 카드 모집인 운용에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당장 비용 절감 방안으로는 이만한 게 없다는 게 카드사들의 분석이다. 카드사는 모집인이 회원 한 명을 유치하면 15만~20만원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더구나 모집 비용이 카드 모집인에 비해 5분의 1 수준인 온라인이나 모바일 등 모집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의존도도 줄었다. 카드사 관계자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라도 카드 모집인부터 줄이는 수밖에 없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가 카드 모집인을 포함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짜고 있어 카드사들은 이에 선제 대응하는 차원에서 모집인 감축을 서두르고 있다. 한 카드사 임원은 “최근 들어 특고에 산재보험이 적용된 데 이어 내년엔 고용보험, 이후엔 단체교섭권 등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래저래 모집인을 줄이지 않고선 위기를 타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내년에 카드 모집인 수가 1만 명대 아래로 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카드 모집인 수가 1만 명대로 쪼그라든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2015~2016년만 해도 2만2000여 명에 달했던 카드 모집인 수는 올 6월 말엔 1만3881명으로 감소했다.


카드사 직원도 고용 불안

감원 우려는 카드사 직원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현대카드는 400명가량 인력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 다른 카드사 역시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비상 대책을 세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8개 카드사 직원 수는 1만947명(올 상반기 말 기준)이고, 계약직까지 합치면 1만2639명이다. 이 중 적어도 1000여 명 이상은 내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 거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 카드사 사장은 “이대로면 당장 2~3년 뒤에는 회사 생존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노조가 정부에 가맹점 수수료 정책을 재검토해 달라며 성명서를 내고 투쟁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상황에 위기감을 느껴서다.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달부터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대량해고 방지와 생존권 보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장경호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의장 겸 우리카드 노조 지부장은 “카드업계 종사자 상당수가 고용 불안에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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