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 끝판왕' 복지예산 두자릿수↑…실세의원 입김에 SOC 더 늘어

입력 2018-12-09 17:58  

469.6兆 초팽창 예산 국회 통과

내년 예산, 정부안보다 고작 9000억 줄어

아동수당·기초연금 대상자 늘어 복지부 예산 70兆 돌파
이해찬·홍영표·김성태, 지역구 예산 증액 또는 신규 편성
정부 총수입 감소로 재정수지 더 악화…나랏빚만 늘어



[ 김일규/이태훈/임도원 기자 ]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 예산(총지출)은 469조6000억원으로 정부안 470조5000억원보다 9000억원 줄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예산은 72조5000억원으로 정부안보다 1400억원 가까이 늘어 처음으로 7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예산 대비로는 14.7% 증가했다. 내년부터 아동수당을 소득 상위 10%에도 지급하고, 소득 하위 20%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인상하는 등 복지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했기 때문이다. 복지 관련 예산 총액은 161조원으로 올해 대비 11.3% 늘었다.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통한 경기부양을 지양하겠다”며 SOC 예산을 올해 19조원보다 5000억원 삭감해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야는 정부안보다 오히려 1조2000억원을 늘려 통과시켰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 실세 의원들까지 지역구 SOC 예산 늘리기에 가세해 내년 전체 SOC 예산은 올해보다 4% 증가했다.


복지부 예산 14.7% 늘어

내년 복지부 예산은 올해보다 14.7% 늘어 올해 증가율 9.5%(작년 대비)를 훌쩍 뛰어넘었다. 가장 크게 늘어난 부문은 아동수당이다. 정부안 대비 2356억원 늘어난 2조1627억원이 편성됐다. 국회가 내년 1월부터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만 6세 미만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하고, 9월부터는 지급 대상을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으로 확대하기로 하면서다.

내년 기초연금 예산도 올해보다 2조3723억원 증가한 11조4952억원으로 확정됐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에게 한 달 최대 25만원을 주는 제도다. 내년부터 소득 하위 20% 어르신에게는 지급액을 30만원으로 인상한다. 연금을 받는 대상도 517만 명에서 539만 명으로 늘어난다.

복지 예산을 한쪽에서 늘리면 다른 쪽에선 줄여야 하는데, 감액은 대부분 국민연금 급여 지급에서 이뤄졌다. 아동수당 기초연금 등의 복지 예산을 늘리면서 그 벌충을 국민연금 급여에서 한 셈이다. 정부는 내년 국민연금 급여 지급으로 23조2893억원을 편성했지만, 국회에서 2700억원 깎였다. 매년 급여 지급 예산의 1~2%가량을 집행하지 못했고, 만약 예산이 부족해도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해 메울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늘리기’

여야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늘리기는 올해도 반복됐다. SOC 예산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정부 기조와 달리 여당 의원들도 지역 내 SOC 예산 따내기에 혈안이 됐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세종시에 설립되는 국립세종수목원 조성 예산은 303억원(정부안 기준)이었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253억원 추가돼 총 556억원이 최종 편성됐다. 국회세종의사당 건립비 10억원, 세종 산업기술단지(테크노파크) 조성사업 5억원은 정부안에 없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신규 편성됐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역구(인천 부평을)에 들어설 대중음악자료원 건립 관련 예산 2억원을 새롭게 편성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지역구 서울 강서을)는 김포공항 주변 고도제한 연구예산을 6억원에서 11억원으로 늘렸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조정식 의원은 지역구인 경기 시흥을에서 죽율 푸르지오6차 앞 선형불량도로 개선비를 10억원 새로 받아냈다.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지역구인 부산 사상에서 도시철도 건설비 20억원, 파출소 신축비 23억원 등을 증액했다.

재정수지 4조2000억 더 악화

국회가 총지출은 찔끔 줄인 반면 지방재정 분권 등에 따라 지방에 떼주는 국세를 늘리면서 총수입은 크게 감소했다. 총수입은 당초 정부안(481조3000억원)보다 5조3000억원 줄었다. 이에 따라 수입에서 지출을 뺀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안보다 더 악화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37조6000억원에 달할 예정이다. 정부안(33조4000억원) 대비 4조2000억원 악화한 규모다. 올해(28조5000억원 적자)와 비교하면 9조1000억원 늘어난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선 국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는 나랏빚 증가로 이어진다. 정부는 다만 올해 초과세수를 활용, 적자국채 4조원 규모를 조기 상환하기로 해 내년 국가채무(740조8000억원)는 정부안(741조원) 대비 2000억원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일규/이태훈/임도원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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