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행성 탐험 및 정착 노력에 우리도 동참
식었던 우주개발에 대한 관심 지속되기를
복거일 < 사회평론가·소설가 >
지난달 28일 ‘누리호’의 시험 발사체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누리호는 우리가 개발하는 발사체를 가리킨다. 시험 발사체는 151초 동안에 209㎞까지 올랐다가 공해에 낙하했다. 말 그대로 시험 수준이지만,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발사체이니 외계 진출에서 뜻있는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여러 해 전 우리도 외계 진출에 참여했다고 떠들썩했었다. 러시아에서 훈련받은 우리 우주비행사가 지구 궤도를 선회하자 당시 정권이 큰 업적을 이룬 듯 선전했었다. 큰 자금 들이고 열광적 호응을 얻었던 그 사업은 그것으로 끝났다.
애초에 위정자가 손쉽게 치적을 올리려 시작했던 일이니 알찬 성과를 얻기는 어려웠다. 다른 나라에서 훈련받고 다른 나라의 우주선에 실려 지구 궤도를 도는 것이 얼마나 큰 내재적 가치를 지닐 수 있겠는가? 그래도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외계 진출의 문화적 바탕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기대했었는데, 그런 기대도 헛됐음이 드러났다.
이달 5일엔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상관측용 지구 정지궤도 위성(천리안 2A호)이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발사체 기술이 발전하려면 경제적 수요가 있어야 하므로 시험 발사체와 위성이 동시에 성공한 것은 뜻이 크다. 이번 성과로 외계 진출에 대한 우리 시민들의 관심이 지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어떤 일이든 시민들의 관심이 사라지면 꾸준히 추진하기 어렵다. 당연히 인류가 다른 행성들과 별들로 진출해야 하는 사정을 시민들이 잘 알아야 한다. 최근의 지질시대를 ‘인류세(Anthropocene)’로 부를 만큼 지구 생태계에서 인류가 차지하는 몫은 커졌다. 자연히 다른 종들은 살 곳을 잃고 사라진다. 현재의 멸종 속도는 ‘자연적 배경 속도(natural background rates)’의 100곱절 내지 1000곱절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인구는 여전히 늘어난다. 2017년 현재 76억인 인구는 2100년엔 112억으로 늘어나리라 예상된다. 아울러 세계 경제는 꾸준히 성장해서 1인당 소득도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자연히 인류는 지구의 자원을 점점 더 많이 쓴다. 지구의 자원이 한정됐으므로 다른 종들은 살아갈 터전을 점점 잃어간다.
실은 인류 자신이 지구 생태계의 파괴로부터 직접 위협받는다. 우리가 무분별하게 불러온 지구 환경의 변화는 이미 되돌리기가 무척 어려워서 환경의 충격적 변화는 피할 수 없다. 불행하게도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말은 자주 들리지만 그것을 이룰 길은 보이지 않는다. 모든 일이 범지구적인데 사람들은 국가 차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범지구적 차원에서 일을 처리할 세계 정부는 나올 가망이 없다.
광막한 외계는 인류가 마음껏 활동할 무대를 제공한다. 모든 종과 개체들이 존립할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서 지구 생태계의 갈등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1957년 ‘스푸트니크호’가 연 외계 탐험 시대는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탐사로 큰 운동량을 얻었다. 이제 무인 우주선들이 태양계를 탐사하느라 분주하다.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호’ 두 척은 바깥 행성들의 탐사 임무를 마치고 컴컴한 성간(星間) 공간을 항해한다. 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 1만 년 남짓한데 인류는 아득한 외계로 진출하는 것이다.
외계 탐험과 정착은 인류의 미래 앞에 놓인 핵심적 과업이다. 그것은 현생 인류가 발생지인 동아프리카에서 나와 다른 대륙으로 퍼져나간 일보다 중요한 사건이다. 인류의 외계 진출은 지구 생태계를 대표해서 생존의 영역을 넓히는 일이다. 만일 그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인류가 지구 생태계에서 더할 나위 없이 압제적인 종으로 군림하는 상황을 조금은 정당화할 것이다.
외계로의 진출은 인류 사회를 보다 활기차게 만들 것이다. 일상 속에서 찌들어도, 아니 찌들기 때문에 더욱 우리 마음은 모험과 낭만을 찾는다. 진정한 모험과 낭만은 변경만이 줄 수 있다. ‘마지막 변경’인 외계는 인류로 대표되는 지구 생태계에 결코 다하지 않는 활동의 무대를 제공할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일에 드디어 우리도 동참하는 것이다. 당장엔 국가적 차원에서 바라보고 경제적 및 군사적 측면이 강조되겠지만, 그 너머에 인류와 지구 생태계의 미래가 있다는 사실을 모든 시민이 인식하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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