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은서 기자 ] 베트남은 한국 기업들에 ‘포스트 차이나’로 통한다. 과거 중국이 그랬듯 베트남은 1986년 경제 개혁·개방 정책을 시행한 이후 연평균 6%대의 급속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도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이 늘어나는 이유로 꼽힌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삼성, LG, 포스코 등을 비롯해 6000여 개로 추산된다.
응우옌찌엔탕 베트남사회과학원 부국장은 지난 7일 하노이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인재포럼 2018’에서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의 값싼 노동력만 보고 베트남에 진출하면 두 나라의 상생관계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업구조가 갈수록 고도화하면서 경제의 중심이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자본·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서서히 옮겨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번 포럼 기간에 ‘베트남만의 기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베트남 측 인사들의 얘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호앙반끄엉 베트남 국민경제대 부총장은 “값싼 노동력은 자동화 시대에 더 이상 강점이 될 수 없다”며 연구개발(R&D) 활성화 등 변화를 촉구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한국의 베트남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몰려갔다가 시장 상황 변화에 제때 대처하지 못해 철수한 뼈아픈 선례를 베트남에서 반복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 대기업 베트남 현지법인 관계자는 “일본 대기업은 일찍부터 베트남 장학생들에게 일본어 교육을 필수화하는 등 교육을 통해 일·베트남 간 끈끈한 유대관계를 축적해왔다”며 “한국 기업들이 이대로 손 놓고 있다가는 ‘대륙에서의 실수’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윈윈’ 관계를 위한 연결고리는 결국 ‘교육’이다. 전문가들은 양국 재계와 교육계가 동참하는 산학협력 등 정밀한 한·베트남 교육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반상진 한국교육개발원장은 “경제는 기본적으로 이윤 추구가 본질인 만큼 경제만으로 맺어진 관계는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며 “이해관계가 달라져도 관계가 지속되려면 교육 분야 협력을 통해 철학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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