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심의는 자유한국당이 ‘세금중독 예산’이라며 과감한 삭감을 자신했던 다짐과는 정반대로 끝났다. 원내대표가 기자회견까지 열어 “일자리 예산에서 8조원, 남북협력기금에서 5000억원 등 20조원을 깎겠다”고 공언했지만 빈말이 되고 말았다. 실제 삭감액은 9200억원으로, 목표액의 5%에도 못 미친다. 전의를 불태웠던 ‘가짜 일자리예산’조차 삭감액은 6000억원으로, 정부안의 2.5%에 불과하다. ‘깜깜이 예산’ 논란을 부른 남북협력기금도 10% 감액에 그쳤다.
선심성 복지예산 급증도 걱정을 더한다. 보건·고용을 포함한 복지예산 비중은 34.2%로 역대 최고다. 보수정당을 자임하는 한국당은 아동수당 등 복지예산 증액에 오히려 앞장서며 여당과 청와대를 표정 관리하게 만들어 줬다. 출산 대책에서조차 ‘영·유아 외래진료비 제로’ 등 현금복지로 치닫는 여권을 견제하기는커녕 퍼주기 경쟁을 벌일 기세다.
경기·전남도 의원들이 얼마 전 ‘청년 국민연금’ 등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선심성 사업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용기를 보여준 것과 너무 대비된다. 그래놓고서는 당 지도부 등 실세들의 지역구 민원 예산 끼워 넣기에는 어김없이 성공했다. 이게 한국당의 본색인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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