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백색가전' 이젠 옛말…삼성·LG 냉장고 90% 메탈 입었다

입력 2018-12-10 09:29   수정 2018-12-10 09:34

평균 10만원 비싼 가격에도 판매량은 1.5배
중저가로 확대되며 메탈가전 보급화 가속화
"생활가전 디자인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아"




몇 년 전 배우 이병헌이 한 광고에서 "단언컨대 가장 완벽한 물질"이라고 언급해 입소문을 탔던 '메탈'이 어느새 가전제품 주류로 자리잡았다. 올해 선보인 국내 냉장고 제품 10개 중 9개꼴로 메탈 소재를 채택했다. '백색가전'이란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출시된 국내 가전업체 냉장고의 약 90%가 메탈 디자인으로 출시됐다. 삼성·LG전자의 냉장고 150여 모델 가운데 메탈 소재를 탑재한 모델은 130개가 넘는다. 상대적으로 중저가 라인업 위주인 대유위니아 등 중견기업들도 60% 이상이 메탈 디자인을 적용했다.

메탈이 생활가전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2010년대 시작된 메탈 열풍은 소형가전으로 확대되면서 백색가전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백색가전은 과거 냉장고를 상징하는 단어로 인식됐지만 현재는 세탁기·에어컨 등 전체 가전제품을 뜻하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세탁기와 에어컨도 마찬가지. 올해 출시된 삼성·LG전자의 신제품은 주로 화이트, 그레이, 블랙 색상으로 출시됐다. 이 가운데 메탈을 적용한 블랙 및 그레이 색상 판매량은 화이트 대비 1.5배 이상 많았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메탈 디자인은 같은 성능에도 평균 10만원 이상 비싸지만 판매량은 더 많다. 메탈이 대세인 건 확실하다"고 귀띔했다.

2~3년 전만 해도 메탈 디자인은 프리미엄 냉장고에만 적용됐다. 최소 200만원 이상 고가 제품에만 적용되다 보니 '메탈=프리미엄'이란 인식이 생겼다.

그러나 업체들이 메탈 디자인을 중저가 제품으로 확대 적용하면서 메탈가전 대중화가 빨라졌다. 출고가 3만원짜리 무선주전자에도 메탈 소재가 적용될 정도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진 영향이다.

메탈 소재는 디자인에서 큰 강점이 있다.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 덕분에 오래 사용해도 질리지 않고, 다른 소재와 비교해 강도가 높아 다양한 디자인이 가능하다. 13만5000개의 마이크로홀을 적용한 삼성전자 무풍에어컨의 메탈 쿨링 패널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탈 디자인은 최소 5년 이상 사용하는 가전제품 특성과 잘 맞아떨어진다. 그래서 '타임리스 디자인'이라 불린다"고 설명했다.

기능적으로도 메탈 디자인은 기존 플라스틱·세라믹 소재보다 우수하다. 열전도율과 보존성이 좋아 냉장고·에어컨 등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준다. 내구성과 유지·관리 면에서 우수해 세탁기·소형 주방가전 등에도 잘 어울린다. 오래 사용해도 색상이 변하거나 악취가 나지 않아 최상의 성능을 오랜시간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메탈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는 메탈 디자인이 저성장 추세로 접어든 생활가전 사업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메탈 가전은 그 자체로 고급스러운 소품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어떤 인테리어와도 잘 어울린다. 생활가전 디자인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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