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항공산업, 해외투자로 성장기반 다원화해야

입력 2018-12-10 17:14  

공급조절 통한 보호주의 정책기조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 높일 수 없어
개방과 소비자중심 정책 혁신 절실

윤문길 < 한국항공대 교수·한국항공전략연구원 원장 >



올해로 김포공항이 개항한 지 60년 됐다. 내년이면 민간항공 50년이 된다. 국내 항공산업은 많은 혼란을 겪었지만 지난 10년간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10여 년 전 시장에 진입한 저비용항공사(LCC)는 수익률에서 기존 항공사를 앞지르며 시장을 넓혀 가고 있다. 이런 성과는 정부의 보호주의 정책과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덕에 가능했다.

국적 항공사들은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수요에 기반해 사업한다. LCC는 대부분의 여객이 내국인으로, 우리 국민의 높은 해외여행 증가율이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낮은 경제성장률, 여행 성향이 높은 젊은 층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 등은 한국 항공시장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반면 신규 항공기는 매년 20대 이상씩 늘어 수요 공급의 불균형이 우려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는 공급 조절을 통한 시장 안정을 기본 정책기조로 삼고 있다. 최근 규제 완화 일환으로 신규 항공사 면허 허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항공사업 허가를 제한함으로써 기존 시장질서와 균형을 유지하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런 정책을 답습하는 건 국내 항공사들의 생존조차 어렵게 할 수 있다. 국민의 해외여행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항공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정책 수단과 외국인 수요를 유치할 수 있는 항공사업자 육성 같은 혁신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또 국내 항공시장에 대한 울타리를 단계적으로 허물면서 국내 항공사업자의 해외 진출을 적극 유도, 해외 기반의 성장 과실이 국내에 이전되도록 하는 정책적 사고 전환이 절실하다. 아울러 국내 항공사들이 외래객 유치를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산업 간 협력에서도 혁신적 정책이 요구된다.

국내 항공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요를 해외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 해외 판매망 구축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 투자가 필요하고 현지 사업자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이 낯선 국내 항공사업자에는 달갑지 않은 과제이고 적응하기 힘든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 항공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스스로 생존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고, 이를 지원하고 유도하는 것은 정부 역할이다.

세계 톱10의 초대형 시장으로 성장한 우리나라 항공산업이지만, 국내 항공사업자의 해외 시장경쟁력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반세기 이상 유지해온 보호주의 정책으로는 우리 항공산업의 새로운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선진국에서는 시장 중심 정책과 전략을 실천해 자국 항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면서 새로운 시장 환경에서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항공정책 혁신을 위해서는 정부 부처의 혁신 의지가 중요하다. 산업과 시장을 이해하고 혁신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인재가 항공정책을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 순환 보직이 아니라 혁신 역량을 갖춘 전문 인력이 책임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도 보호 위주의 항공시장 정책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해외 투자를 유도하며 성장 기반 다원화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상호 균형적인 시장개방 노력이 필요하다. 항공운송 사업자의 자기 혁신과 비즈니스 혁신 노력, 정부의 균형 잡힌 개방 정책과 소비자 중심의 정책 혁신을 통해 우리나라 항공산업이 경쟁력을 높이며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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