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맥] 2세대 스마트팜, 농업 혁신성장의 동력

입력 2018-12-10 18:04  

"AI 기술 접목한 한국형 스마트팜
작물 생육 진단해 재배관리에 도움
작목수 늘려 수출산업화도 기대"

라승용 < 농촌진흥청장 >



농업인 홍길동 씨는 밤새 분 강풍에 토마토 온실이 무사한지 걱정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휴대전화 ‘스마트팜 음성비서’에게 온실 상황을 묻자 어제와 오늘의 온실 내부 모습을 비교해서 볼 수 있는 화면이 TV에 뜬다. 인공지능(AI)이 농사를 짓는 시대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과 인프라는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다. 국내 여러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분석과 클라우드 서비스 기술, 로봇과 자동화 기술이 융합해 미래 성장산업을 견인하고 있다. 농업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첨단 기술을 농업에 접목한 이른바 미래 대응형 농업시스템이 구축돼 우리나라를 스마트팜 강국으로 진입시키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농촌진흥청은 스마트팜을 수준별로 모델화해 1세대(편의성 증진)→ 2세대(생산성 향상)→ 3세대(글로벌 산업화)로 이어지는 기술의 단계적 개발과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팜은 농산물을 재배하는 생산시스템을 비롯해 유통과 소비에 이르기까지 농업 전체에 걸친 디지털 과학화와 지능정보화를 의미한다. 농업인 개개인의 경험과 노하우에 의지하던 농사기술이 센서와 네트워크 기술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에 의해 지능화, 자동화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초기 스마트팜을 도입한 농가는 영농이 편해졌고, 무엇보다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만족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선보이고 있는 1세대 스마트팜으로는 동식물이 자라는 환경을 센서를 통해 측정할 수 있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농작물의 상태와 농장의 재배환경을 진단한다.

하지만 1세대 스마트팜이 지닌 기술적 한계도 있다. 농업인이 직접 데이터를 보고 농사환경을 이해한 뒤 제어기를 조작해야만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이해,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이 반드시 요구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사경험이 짧은 농업인이나 귀농인들, 농사지식은 있으나 ICT에 익숙지 않은 고령 농업인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올해 개발된 2세대 스마트팜 기술은 이런 1세대 스마트팜의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기술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처리 기술이 농장의 데이터와 영상정보를 통해 작물의 생육과 질병을 진단하고, 재배관리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도록 개발됐다. 이 기술은 스마트팜 기술력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네덜란드의 프리바시스템과 대등한 경쟁력을 갖췄다. 이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서울대, 전북대 등 국내 최고의 전문연구진과 함께 만들어 낸 융복합연구의 결과물이다.

지난달 15일 농촌진흥청에서 ‘한국형 스마트팜 2세대 기술 시연회’가 열렸다. 작물의 생육환경을 자동제어하며 병해충을 판독하는 차세대 스마트팜의 진화를 학계와 산업계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직접 체험하는 자리였다. 현재는 토마토 한 작목에 핵심기술을 개발 적용하고 정립해 가는 과정에 있지만 점차 작목 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사회, 경제 전반에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빠르고 다양한 형태로 우리 삶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기회이자 위협으로 다가온 4차 산업혁명의 파고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과학기술을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업기반을 구축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본격적인 농업혁신을 주도해 나갈 2세대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이 우리 농업·농촌의 미래를 바꾸는 혁신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2세대 스마트팜은 농업 혁신성장의 동력으로, 열악한 농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기존 농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생산혁명을 가능케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농업과 연관 산업의 동반 성장도 이끌어낼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형 스마트팜이 글로벌 수출형으로 진화할 날도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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