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내무반 동료끼리 뭉쳐 창업한 스타스테크
'일석삼조' 에코스트원 개발
'바다 불청객' 불가사리 처리
가격 싸고 뛰어난 제설 효과
소금 대비 부식도 0.8% 불과
내무반서 싹튼 아이디어 창업
포상휴가 받으려 프로젝트 시작
국방스타트업 챌린지서 우수팀
지난달 수산창업 콘테스트 대상
[ 배태웅 기자 ]
“강원도에서 군 복무를 했어요. 겨울에 눈이 정말 많이 내리는 지역이죠. 제설제를 쓰면 편하지만 차량이 부식될 가능성이 있어 삽으로 눈을 치워야 했습니다. 제대하면 녹슬지 않는 친환경 제설제를 개발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양승찬 스타스테크 대표는 창업 동기를 설명하며 겸연쩍게 웃었다. 스타스테크는 바다생물 불가사리 추출물을 활용한 친환경 제설제를 개발·판매하고 있다. 지난주 서울 신촌동 청년창업꿈터에서 만난 그는 “일석삼조”라고 했다. 어민들의 골칫거리인 불가사리를 처리해주면서 그 불가사리로 가격이 저렴하고 효과도 뛰어난 제설제를 만들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바다 말썽꾼’ 불가사리 주효
불가사리 추출물로 제조하는 상품 이름은 ‘에코스트원’(사진)이다. 기존 제설제는 물의 어는점을 낮추는 염화칼슘과 소금을 원료로 사용한다. 하지만 염화칼슘이 물에 녹으면 염화이온을 생성해 차량 금속 부식, 토양 오염을 일으킨다.
스타스테크는 불가사리 추출물을 기존 제설제에 첨가해 이런 단점을 대부분 해결했다. 불가사리 추출물이 염화이온을 흡착하기 때문에 제설제의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에코스트원의 또 다른 장점은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기존 친환경 제설제는 염화칼슘에 금속 부식 억제제를 첨가해 부작용을 줄였다. 억제제를 많이 넣을수록 가격이 비싸진다.
스타스테크는 불가사리 추출물과 부식 억제제를 특정 비율로 배합해 부식 억제 효과를 극대화했다. 억제제 첨가량을 적게 해 제품 가격을 낮추면서 부식 부작용도 줄였다. 양 대표는 “부식 억제제를 타사 기존 제품의 10분의 1까지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공인실험 결과 에코스트원 제품은 소금 대비 강재(철) 부식도가 0.8%, 콘크리트 부식도는 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친환경 제설제의 30%, 50%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바다의 말썽꾼’으로 불리는 불가사리를 대량 활용해 어민에게도 도움이 된다. 불가사리는 어패류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연간 100억원대의 어민 피해를 초래한다. 정부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매년 어민들에게서 불가사리 1300t을 수매해 소각하고 있다.
스타스테크는 이런 불가사리를 역으로 활용해 제설제 원료비를 절감했다. 기술적인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달 해양수산부가 주관한 수산창업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양 대표는 “불가사리를 활용한 제품 연구사례가 많지만 제품 양산 단계에 도달한 기업은 스타스테크가 최초”라고 말했다.
군 내무반 동료들이 창업
스타스테크는 군 내무반 동료들이 뭉쳐 창업했다. 출발점은 국방부가 지난해 6월 개최한 ‘국방스타트업 챌린지’였다.
양 대표는 강원 인제에 있는 제3포병여단에서 복무했다. 상병이 된 2017년, 국방스타트업 챌린지가 열린다는 소식에 동료 장병을 모아 창업팀을 꾸렸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불가사리 추출물을 연구해온 터라 이를 제설제에 적용한 사업 기획안을 내기로 했다. 설비도 지원자금도 없이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도전했다.
도전은 창업으로 이어졌다. 스타스테크는 국방스타트업 챌린지에서 우수팀으로 선정됐고, 정부부처 통합 창업대회 ‘도전! K-스타트업 2017’에서는 국방부장관상을 받았다. 내무반 동료이자 공동 창업자인 심규빈 이사는 “처음에는 포상휴가를 받으려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사업성을 인정받자 창업 의지가 불타올랐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그해 12월 전역한 뒤 사업을 시작했다. 외부에서 받은 초기 투자금을 기반으로 충남 당진시에 공장을 짓고 올해 8월 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서울 서대문구청, 경기 군포시청, 안산시청, 일본 니가타현청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앞으로 납품 지역을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넓힐 계획이다.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전국 세차장, 골프장도 겨냥하고 있다.
스타스테크는 최근 열린 ‘도전! K-스타트업 2018’ 행사에 참가했다. 양 대표는 “이번에는 우승까지 노리고 있다”며 “유럽과 홍콩에서 열리는 스타트업 경진대회에도 참가할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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