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내 특수금고 '골치거리'…업계 관계자 "유찰 지속 전망"
한국예탁결제원 일산센터가 골칫거리가 됐다. 한국예탁결제원은 2014년부터 일산센터의 매각을 시도해왔지만 매번 유찰되고 있다. 그간 가격도 10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일산센터 매각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건물 자체가 금융기관이 사용하던 특수 건물이라는 점이다. 시장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가격도 유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예탁결제원은 지난 10일부터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공매시스템 온비드를 통해 일산센터 매각을 다시 진행하고 있다. 매각 예정가는 총 516억9700만원이다. 토지(6928㎡) 287억3700만원, 건물(2만2976㎡) 229억6000만원이다. 입찰기간은 오는 24일 오후 4시까지다. 개찰은 26일 오전 10시다.
예탁결제원의 일산센터 매각은 2009년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결정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예탁결제원은 2014년 11월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했고 이에 따라 의무적으로 일산센터를 매각해야했다. 하지만 이번 입찰이 25번째로 무려 24번이나 유찰됐다.
매각이 장기화 되면서 가격 자체도 내려가고 있다. 처음 입찰을 시작할 당시 609억원이었던 감정가는 2015년 562억원, 2016년 506억원, 지난해 506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부터는 건물에 대한 부가세가 포함되지 않은 가격으로 고시됐다.
가격이 500억원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건물 자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상각돼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토지가격이 이를 방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가격은 270억~280억원대를 기록해온 반면 건물가격은 301억원에서 시작해 229억원까지 내린 상태다.
매각이 좀처럼 진행되지 않는 것은 일산센터가 특수건물이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산센터는 지상 7층, 지하 5층으로 총 12층으로 구성돼있다. 여기에는 증권박물관, 금괴와 증권을 보관할 수 있는 금고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산센터 주변으로는 주거공간과 사무실 등이 분포해있는데 일산센터는 용도가 너무 한정적이기 때문에 수요가 없다'며 "일반 사무실로 활용할 수는 있겠지만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지하에 있는 금고의 활용도가 너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투자가치도 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산센터를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지으려해도 해체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선뜻 나서는 투자자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예탁결제원 일산센터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도움 없이는 매각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건물의 용도를 변경해 매각하는 것이 제일 빠를 것으로 생각된다"며 "지자체에서 용도 변경을 허가해준다면 매각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속 유찰될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또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예탁결제원 자체가 정부의 자산인 만큼 큰 손해를 보면서 파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정부에서 생각하는 마지노선 가격에서 매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은 유찰이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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