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
[ 이지훈 기자 ] ‘연평균 800억~1000억 투자’ ‘1500억원으로 4800억원 회수’.
1996년 LG그룹 계열사인 LG창업투자로 출발해 벤처캐피털(VC) 명가로 자리잡은 LB인베스트먼트가 지난 4년간 거둔 성과다. 이 기간 3000억원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툴젠, 직방 등을 키워냈다. 총 1500억원의 투자원금으로 4800억원을 회수해 약 3.2배의 수익을 올렸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는 “투자-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며 “내년에는 투자 회사들 상장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여 성공적인 회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L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5일 열린 ‘한국 VC 시상식’에서 ‘최우수 운용사’로 뽑혔다. 올해 빅히트, 넥슨재팬 등에 투자한 자금을 성공적으로 회수한 성과를 인정받으면서다. 특히 ‘방탄소년단(BTS)’이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하면서 기업가치가 급증한 빅히트는 약 65억원을 투자해 1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LB인베스트먼트는 이 기세를 몰아 내년부터 1500억원을 이상을 투자하고 1000억원 이상을 회수하겠다는 계획이다.
LB인베스트먼트의 성장은 소수의 선택된 기업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넣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거둔 성과다. 박 대표는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 콘텐츠 등의 분야에 핵심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이라고 판단되면 시리즈A 등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을 택했다. 투자한 기업엔 후속투자도 이어가면서 회사 성장을 돕는다. 기업당 베팅액이 평균 50억원이 넘을 정도다.
‘검은사막’이라는 게임으로 증시에 입성한 ‘펄어비스’, 내년도 증시 상장을 노리는 ‘카카오게임즈’ ‘신과함께’ 등 영화 특수효과 제작으로 유명한 ‘덱스터스튜디오’ 등 다수의 유니콘 기업이 LB인베스트먼트의 이 같은 투자전략을 바탕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LB인베스트먼트는 중국 투자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VC 중 하나다. 2007년부터 중국 상하이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스타트업에 활발히 투자해왔다.
2015년 투자한 중국 2위 데이팅 앱 업체 ‘탄탄’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1위 데이팅 앱(응용프로그램) 업체 모모에 인수되면서 LB인베스트먼트에 6배가 넘는 수익을 안겨줬다. 2012년 500만달러를 투자한 온라인방송 업체 ‘6룸즈’는 2015년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체 ‘송성연예’에 팔려 4배의 수익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LB인베스트먼트는의 운용자산(AUM)은 현재 7832억원 규모다. 내년엔 신규 펀드를 결성해 1조원을 넘길 계획이다. 특히 내년 하반기 증시에 상장해 회사 성장의 마중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LB인베스트먼트는 최우수 운용사로 선정된 상승세가 내년으로 이어져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바디프랜드 등 투자회사 중 IPO를 앞둔 회사가 많은 점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박 대표는 “내년은 LB인베스트먼트가 VC 명가로 자리잡는 재도약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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