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공부하는 병사'를 바라보는 이중잣대

입력 2018-12-1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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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 정치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


[ 박동휘 기자 ] 이스라엘은 글로벌 정보·첩보산업에서 선두주자다. 암호해독 등 정보산업 관련 제조업체 중 이스라엘 기업 비중은 5%에 불과하지만, 세계시장 점유율은 20%(2016년 기준)에 달한다. 이런 힘의 근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핵심은 징병제 효과다.

모든 이스라엘 국민은 고교 졸업 후 남자는 3년, 여자는 2년 의무 복무를 해야 하는데 이들 중 ‘최고’만을 엄선해 군의 최첨단 장비를 마음껏 사용하도록 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제대 후 창업의 길에 나선다. 이스라엘이 세계 1위 1인당 창업비율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이처럼 징병제라는 시대의 질곡을 사회의 공공선으로 전환시킨 지혜 덕분이다.

요즘 우리 군도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개혁을 추진 중이다. 육군은 ‘인생 준비 플랫폼’이란 문패를 내걸고,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군 복무 중 일정 학점을 취득하면 조기에 대학을 졸업할 자격을 부여하는 특별학점제를 비롯해 모바일로 학점과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새로운 학습 플랫폼도 구축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엔 전자도서관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청사진만 나와 있을 뿐인데도 군의 개혁안에 벌써부터 제동이 걸리고 있다. 특별학점제에 대해선 취업 가산점제 부활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여성계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했다. 복무 중에 수능 만점을 받은 병사가 나오자 ‘나라는 안 지키고 공부만 했냐’는 비아냥까지 등장했다. 군 당국자 사이에선 “뭘 해도 욕먹는다”는 자조가 흘러나온다.

최근의 사회 변화상을 감안하면 병영문화 개선은 필수다. 출산율 감소로 입대 가능자 수가 급감하고 있는 데다 자율을 중시해온 요즘 세대가 통제와 감시 위주의 병영문화에 익숙해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일과 후 휴대폰 사용, 좀 더 넓은 지역으로의 외출, 원하는 보직 선택 등 군이 변혁을 꾀하는 것은 군의 생존과 직결돼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비역 남성의 흔한 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군복만 입으면 누구든 바보가 된다.’ 나라 지키는 군대와 공부하는 병사를 모순으로 보는 이중 잣대로는 이런 농담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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