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해외서는 없는 규제" 반발
[ 이지현/양병훈 기자 ]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는 유전자검사(DTC) 서비스에 인증제가 도입된다. 의료계 등에서 DTC 항목을 늘리기 위해서는 이 같은 제한 조건이 필요하다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DTC 항목은 확대되지 않고 규제만 늘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12일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DTC 검사서비스 인증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권고했다고 발표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정부가 추진하는 생명윤리에 관한 정책 등을 결정하는 기구다. 이날 위원회 결정에 따라 복지부는 인증제 도입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DTC 항목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에는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그러나 인증제와 같은 선결조건이 필요하다고 의결했다. DTC 검사 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 개정 전 혼란을 막고 체계적인 제도 도입을 위해 시범사업을 먼저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는 시범사업을 거쳐 어떤 DTC 검사 항목을 도입할지 등을 정할 계획이다.
2016년 개정된 생명윤리법에 따라 국내에 허용된 DTC는 체질량지수, 탈모, 콜레스테롤 등 12개 항목으로 제한돼 있다. 그동안 DTC업계는 끊임없이 항목 확대를 요구해왔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유방암, 치매 등의 유전자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대부분의 유전자 검사 항목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위원회 권고로 DTC 항목 확대는 시범사업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DTC 인증제는 해외에서는 없는 제도”라며 “규제만 늘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해외 기업은 1000만 명 이상의 유전자 정보를 확보하는 등 앞서가고 있다”며 “DTC 범위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위원회는 유전자 가위 등 유전자치료제 연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유전자 가위는 질환 원인 유전자만 골라낸 뒤 교정해 질환을 치료하는 기술이다. 지금은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유전질환 등의 치료에 대해서만 연구할 수 있다. 앞으로는 모든 질환을 연구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인성 황반변성, 당뇨 망막병증 등의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양병훈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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