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수는 독특한 이력이 많은 배우다.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딘 건 2015년 방송된 SBS 'K팝스타 시즌4'. 그 전엔 고려대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던 학생이었다. 가수를 꿈꾸던 여대생은 2015년 SBS '용팔이'에서 주원의 동생 역할로 처음 연기를 시작해 2016년 JTBC '청춘시대' 주연을 꿰찼다. 순수하고 어리바리한 신입생 유은재를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대세 반열에 오른 박혜수는 영화 '스윙키즈'를 통해 스크린에도 도전장을 냈다.
'스윙키즈'는 1951년 한국전쟁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대외적인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포로들로 댄스단을 결성한다는 설정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갖고 춤을 추게 된 댄스단 멤버들이 겪는 우여곡절이 스크린에 펼쳐지면서 화려한 볼거리와 재미를 제공한다. 박혜수는 한국어와 영어는 물론 중국어, 일본어까지 4개 국어가 가능한 무허가 통역사 양판래 역으로 발탁됐다. JTBC '청춘시대'로 안방극장 신데렐라로 등극했던 박혜수는 전쟁 상황 속에서도 어린 동생들을 먹여 살리는 주체적인 캐릭터로 극을 이끌었다.
▲ 첫 스크린 주연 데뷔를 앞두고 있다. 요즘은 매일이 새로울 듯 한데.
모든 것이 처음이다보니 신기하다. 스케줄이 없을 땐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데, 광고판에 저희 영화 포스터가 보이면 사진도 찍고 그랬다. 첫 주연작이다 보니 관객들이 저를 어떻게 봐 주실지, 반응이 궁금하고, 걱정이 되긴 하지만 영화 자체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다. 워낙 평이 좋아서 기대하고 있다.(웃음)
▲ 하정우 'PMC:더 벙커', 송강호 '마약왕'과 경쟁하는데.
(고개를 숙이면서) 그건, 저도 잘 모르겠다. 전 그저 우리 영화를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우리 영화는 반전의 메시지가 있고, 춤과 노래가 있다. 저도 기술시사, 언론시사회, VIP시사회까지 3번을 봤는데 볼 때마다 느낌이 달랐다. 관객분들도 여러번 봐주신다면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웃음)
▲ 어떤 인물을 연기하나.
판래가 하는게 좀 많다.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4개 국어도 한다. 판래라는 인물이 그 시대에 살아 숨쉬는, 있을 법한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 제가 연기적으로 잘못풀어서 허구적으로 보일까봐 걱정됐다.
▲ 확실히 영어 대사 톤이 독특했다. 현대적인 영어 악센트는 아니지만 발음은 명확한, 어르신들이 하는 영어 느낌이더라.
(환하게 웃으면서) 제가 아이디어를 낸 부분이었다. 대본을 보면서 단어도 간혹 고급진 것도 있고, 영어 톤도 조금씩 바꿔도 되는지 감독님께 여쭤봤다. 그런 부분들을 강형철 감독님이 수용해 주셨다.
▲ 원래 영어를 잘했나.
수능은 1등급이었고, 영어는 일상 회화가 가능하고, 중국어는 지금도 배우고 있다. 그런 부분들이 연기할 때 도움이 된 것 같다.
▲ 춤은 어땠나. 스스로 '몸치'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춤이라는 걸 처음 췄다. 처음엔 스스로에게 화도 많이 났다. 상상으로 되고, 관절의 움직임도 알겠는데 몸이 안 움직이니까. 그런데 4달 정도 했을 때, 두 발 자전거를 처음 탈 때 어느 순간 탈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죽어도 안되던 동작들이 거짓말처럼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둘 씩 자신감도 생겼다. 춤을 추시던 도경수 선배, 김민호 선배는 상위권, 저와 오정세 선배님은 하위권이었는데 하위권끼리 나름 경쟁이 치열했다.(웃음) 더 열심히 하는 원동력이 됐다.
▲ 판래가 되기 위해 준비한 것들 중 어떤 것에 가장 신경을 썼을까.
판래의 전사를 준비하는 게 힘들었고, 가장 열심히 작업했다. 춤과 노래, 연기는 판래의 배경이 단단하게 쌓였을 때 전달될 수 있는 부분 같았다. 여러 요소가 어울리기 위해선 기초작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작품의 홍일점이었는데 도경수, 오정세 등과 분위기는 어땠나.
홍일점이고, 막내라 정말 사랑도 많이 받고, 많이 예뻐해 주셨다. 특히 춤연습을 하면서 물리적으로 함께한 시간이 많다보니 말만 하면 빵빵 터지는 분위기였다. 춤이라는 공통 요소가 있었고, 서로 음악에 관심이 많아서 함께 의견을 공유하면서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촬영장 스태프들도 다들 정말 잘해 주셨다. 마지막까지 사랑받는 게 느껴졌다.
▲ 강형철 감독의 전작들이 워낙 잘됐고, '스윙키즈'도 여주인공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소문났었다. 어떻게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나.
짧은 대본을 받고 오디션을 봤는데, 그 대본만으로도 판래는 이전까지 본 적이 없는 캐릭터라는 게 느껴졌다. 꼭 하고 싶었다. 자유 댄스 준비가 있었는데, 급하게 탭댄스 학원에도 등록하고, 옷도 일부러 촌스럽게 입고 갔다. 다행히 감독님께서 '눈빛부터 양판래였다'고 해주셨다.(웃음)
▲ '청춘시대'를 찍을 때 관계자들 사이에서 박혜수는 조용한 유은재 그 자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스윙키즈'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줬더라.
판래는 당당하고 오기가 있는 캐릭터인데, 감독님께서 저도 몰랐던 제 안의 판래를 끌어 주신 것 같다. 그리고 '청춘시대'를 했을 땐 연기도 처음이고, 촬영장도 낯설어서 눈치도 보고, 조심스러웠다. 이제 조금 했다고 그런 부분이 줄어든 거 같다.
▲ 극 도입부에 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등장한다 'K팝스타' 출신의 노래 실력을 선보이는 데.
감독님이 '엄청난 에너지를 뽐내며 무대를 즐기면 좋겠다'는 방향성을 정해주셨다. 즐기기 보단 '춤은 계속되야 한다'는 목적을 보여주기 위한 노래 아닌가. 그걸 염두하고 노래 연습을 했고. 다행히 현장에서 처음 보여드렸는데, 바로 '좋다'고 하셨다.
▲ 'K팝스타'에 출연했는데 배우가 됐다. 당시 가수 기획사에서도 연락이 많이 왔을 텐데 배우 기획사와 계약을 한 이유가 있을까.
'K팝스타'를 끝내고 사실 다른 회사에서도 연락을 받았다. 그런데 그쪽의 제안은 제가 생각한 가수의 모습과 괴리감이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 가수라는 일에 대한 자신감이 살짝 떨어져 있었다. 아마추어들끼리 만난 건데, 프로그램에 나온 사람들은 다들 너무 잘하더라. 그때 지금의 회사에서 연락이 왔고, '연기'라는게 음악과 문학, 제가 관심 있는 모든 요소가 총망라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무식하고 용감하게 도전했다.
▲ '스윙키즈'를 통해배우 박혜수로서 어떤 평가를 받고 싶나.
박혜수가 아닌 양판래로 보이고 싶다. 정말 매력적인 역할을 맡았고,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여러 장면장면에서 그런 부분들이 느껴진다면 좋겠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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