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6개월 만기로 500억원 조달
이자비용 절감 위해 발행방식 변화
≪이 기사는 12월14일(04:3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흥국화재가 연이어 변동금리 방식으로 후순위채를 찍고 있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후순위채와 영구채(신종자본증권)는 주로 고정금리로 발행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채권시장에선 금리 하락세가 장기간 이어지자 조달금리 절감을 위해 변동금리부 채권을 찍는 기업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흥국화재는 전날 6년6개월 만기 후순위채 500억원어치를 변동금리 방식으로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연 5.7%이지만 3개월마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에 3.82%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으로 금리가 변동된다는 조건을 달아놨다. 이 회사는 지난달에도 비슷한 조건으로 6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두 차례 채권 발행 모두 NH투자증권이 주관했다.
후순위채는 발행 당시엔 전액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지만 만기가 5년 미만으로 남았을 때부터는 자본으로 인정되는 금액이 매년 20%씩 줄어드는 채권이다. 이 때문에 채권 만기가 길면 발행한 지 5년째부터는 발행회사의 조기상환권 행사와 금리 상승조건이 함께 달려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상환할 때까지 발행금액이 모두 자본으로 인정되는 영구채 또한 이같은 조건으로 가장 많이 발행된다. 흥국화재는 지난 9월 말 154.7%인 지급여력(RBC)비율을 높이기 위해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 규모를 늘리고 있다.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흥국화재가 연이어 변동금리부 채권을 발행하는 배경엔 시장금리 하락이 지속될 것이란 예측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후순위채 금리산정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5월만 해도 연 2.5%대를 기록했지만 그 이후 쭉 내리막을 타며 13일 연 1.907%까지 주저앉았다.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는 연 1.8%대로 떨어졌을 만큼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이 기간 3년물과 금리 차가 0.05%포인트 이내로 좁혀졌을 정도다.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무역전쟁과 국내 주요 경기지표가 악화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증폭된 것이 중장기 채권 금리를 짓누르고 있다.
앞서 지난 9월엔 현대일렉트릭이 국내 비금융기업 중 처음으로 변동금리부 채권 800억원어치를 공모로 발행했다. 채권 금리는 91일 만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1.50%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으로 결정된다. 이 회사 역시 당시 시장금리가 오르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채권 발행방식에 변화를 줬다.
IB업계 관계자는 “경기하강 전망으로 한동안 시장금리가 뛰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자 몇몇 기업들이 이자비용 절감을 위해 변동금리부 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며 “일부 기관투자가들은 금리 반등 가능성도 고려해 변동금리 방식의 투자를 선호하고 있어 투자자를 모집하기도 어렵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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