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IT)알못] 가상화폐를 '산에서' 캔다고요?

입력 2018-12-14 15:36   수정 2018-12-15 10:13

최우선 조건은 '온도'와 '전기요금'
최근 들어선 '정책 안정성'도 화두




최근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세 폭락으로 채굴장들이 줄줄이 문 닫고 있다는 뉴스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 채굴’이라 하면 거대한 건물에 몰아넣은 컴퓨터를 가동하는 모습을 떠올릴 텐데요.

이런 암호화폐 채굴이 대부분 산지에서 이뤄진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바로 ‘입지’ 문제 때문입니다. 암호화폐 채굴에는 고도의 컴퓨터 연산작업이 필요합니다. 전기를 많이 소모하죠. 꽤 알려졌듯 ‘전기가 가장 싼 곳’이 암호화폐 채굴장의 최우선 입지 조건이 되는 이유입니다.

‘땅값’도 중요합니다. 암호화폐 채굴은 보통 대규모로 이뤄집니다. 채굴기들을 설치할 막대한 부지가 필요하거든요. 굳이 땅값 비싼 곳에서 채굴할 필요가 없겠죠. 당연히 땅값이 싼 지역일수록 좋습니다.

다음 단계는 소음과 발열 문제 해결입니다. 채굴장에서 나오는 소음과 발열이 엄청나거든요. 채굴장 직원들은 환풍기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음과 채굴기 특유의 고주파 소음 때문에 귀마개를 상시 착용할 정도지요. 시끄럽다고 환풍 작업을 안 하면 어떻게 될까요? 엄청난 발열 탓에 중앙처리장치(CPU) 온도가 올라가겠죠. 채굴기 성능이 떨어지거나 수명이 단축되는 요인입니다. 손해를 볼 뿐 아니라 화재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멀리 갈 것 없이 국내에서도 지난 8월 대구의 한 암호화폐 채굴장에 불이 났던 적 있었죠.

그래서 암호화폐 채굴장의 또 다른 중요 입지 조건은 ‘시원하면서 도심과 떨어진 곳’입니다. 날씨가 추울수록 굳이 발열을 잡기 위해 환풍기와 냉각장치를 가동할 필요가 없어 이득이 되니까요. 가급적 도심과 멀리 떨어져야 소음 관련 민원도 없을 테고요.


그러다보니 암호화폐 채굴장은 자연스레 ‘산으로’ 향했습니다. 앞서 든 전기요금, 땅값, 발열 및 소음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산으로 가면 전기 확보가 용이합니다. 미국에서는 도심 외곽 지역에 위치한 ‘컬럼비아 분지’가 올 상반기 ‘최고의 채굴장 입지’로 관심 받았습니다.

이곳은 일단 발전소가 많아요. 낙차(落差)가 커 수력발전소가 인근에 5개나 있습니다. 보통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해 도심으로 보내면 송전 과정에서 전력 손실이 발생합니다. 전기요금에 반영되죠. 컬럼비아 분지는 발전소 근처라 송전시 전력 손실이 거의 없습니다. 이곳은 주민들이 사용하는 전기량보다 6배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해 전기가 ‘남아도는’ 지역이기도 해요.

따라서 전기가 무척 쌉니다. 1킬로와트(KW)당 2.5센트(약 30원) 정도라고 하네요.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가 1KW당 123.69원, 산업용이 107.41원, 가장 저렴한 농사용이 47.31원이니 얼마나 싼지 알 수 있겠지요.

또 이곳은 기온이 낮습니다. 채굴기 발열을 잡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매우 적어요. 도심에서 차량으로 3시간 거리라 환풍기나 고주파 소음에 대한 민원이 제기될 걱정도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떨어져 우선시하는 요건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채굴할수록 원가를 맞출 수 없게 된 거죠. 앞서 말한 요건 가운데 무엇보다 전기요금이 중요해졌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각국이 규제를 시작하면서 ‘정책 안정성’ 또한 입지 조건에 포함되는 상황입니다. 암호화폐 채굴로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감옥에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중국의 채굴장들이 최근 러시아나 중동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당국이 암호화폐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채굴장을 적극 단속하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지금은 전세계 암호화폐 채굴량 절반 이상이 중국의 고산지대 등에 위치한 채굴장에서 나오는데, 앞으로 암호화폐 채굴 주도권을 쥐는 나라가 바뀔 수도 있겠습니다.

[잇(IT)알못]은 인공지능(AI)·블록체인(Blockchain)·클라우드(Cloud) 등 우리 삶에 들어온 미래기술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을 한경닷컴 기자들이 눈높이에 맞춰 친절하게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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