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칼럼리스트 황교익이 지난 11일 유튜브 채널 '황교익 TV'를 통해 '다섯 가지 맛 이야기-두 번째 에피소드, 단맛'을 공개하면서 다시 한 번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저격한 가운데 백종원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 두 사람의 날선 대립이 화제다.
▲ 황교익 "백종원, 설탕에 대한 경계심 무너뜨려"
황교익은 '황교익 TV'에서 단맛에 관련된 방송을 하면서 설탕이 인간에게 얼마나 유해한지 설명하고 당에 중독되고 있는 현상을 비판했다. 그는 "단맛이 강한 음식들을 먹다 보면 식탁에 차려진 음식이 사라지는 것을 본다. 우리는 그것을 맛있다고 착각한다. 이 일을 가장 잘하는 분이 백종원이다. 백종원은 된장찌개 등에 설탕을 종이컵으로 넣으면서 '슈가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법적으로 문제없지만 당에 대한 경계심을 무너뜨린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2부에서도 백종원의 레시피를 언급했다. 황교익은 "단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평상시 음식에서 단맛을 빼야 한다. 음식의 쾌락을 제대로 즐기려면 백종원의 레시피를 버려야 한다. 백종원이 TV에서 가르쳐주는 레시피를 따라해 봤자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손이 달라서가 아니라 레시피에 빠진 게 있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것은 MSG의 차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TV에서는 MSG 넣는 장면이 안 나온다. 그러나 백종원의 책만 봐도 MSG를 듬뿍 넣는다. 백종원의 요리 레시피가 완성될려면 MSG 넣는 걸 보여줘야 한다. 방송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녹화 때 백종원은 MSG를 다 넣는다고 하더라. 제작진의 편집 때문에 안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MSG 넣는 요리사는 실력 없다고 생각할 거다. 아마 백종원 인기가 쭉 떨어지면 시청률도 떨어질 수 있으니까 PD나 방송 제작진이 그 부분을 잘라서 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백종원이 '괜찮아유 당뇨병하고 관계없대유'라는 장면도 편집해서 버렸어야 한다"라며 저격을 이어갔다.
황교익은 이에 그치지 않고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것으로 백종원에 대한 언급이 끝난 것이 아니다. 나는 백종원 개인에 대한 관심으로 이 방송을 하는 것이 아니다. '백종원 현상'에 대해 말할 뿐이다. 더 정확히는 '백종원 팬덤 현상'"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나는 그 어떤 팬덤이든 경계한다. 팬덤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 있기에 팬덤을 조장하는 작업을 한다고 해도 시민 입장에선 이를 늘 경계해야 한다. 음식문화 판에서도 똑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교익TV는 감칠맛 편을 지나 신맛과 쓴맛, 후각과 촉각 등의 주제로 방송할 것이다. 백종원 팬덤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도 분석할 것이다. 아직 본론에 이르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전해 백종원에 대한 언급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 백종원 "황교익, 존경하는 분이었지만 지금은 아냐"
백종원을 향한 황교익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백종원은 이에 대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지난 12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불편한 심기를 처음으로 드러냈다.
백종원은 황교익에 대해 "한 음식 프로그램 PD에게 '내가 좋아하는 분', '존경하는 분'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좋은 글을 많이 쓰는 음식 평론가인 줄 알았는데 그 펜대 방향이 내게 올 줄을 상상도 못 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백종원은 황교익의 '음식 평론'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황 평론가는 요즘 평론가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처음 설탕과 관련해서 비판했을 때는 '국민 건강'을 위해 저당식품의 중요성을 알린다는 차원으로 이해했지만 요즘은 자꾸 비판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황 평론가는 현재의 '백종원'은 보지 않고 예전 한 방송 프로그램의 재방송만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황교익이 의혹을 제기했던 '막걸리 테스트 조작'에 대해서는 "막걸리 테스트를 할 때도 황 평론가는 조작이라고 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조작 방송이라고 들은 제작진도 자신의 일에 대한 회의감을 느낄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음식에 설탕을 과도하게 사용한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방송에서 편집 등으로 과장된 측면이 있다. 음식에서 설탕은 조심해야 한다. '집밥 백선생'에서 된장찌개를 끓일 때 설탕을 넣은 것은 시골집에서 가져온 된장이 텁텁해 설탕을 조금 쓴 것이지, 편집이 잘못돼 설탕을 많이 넣은 것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 황교익 입장 "백종원이 인터뷰를 하였다. 토를 단다"
이같은 백종원의 인터뷰에 황교익은 14일 오전 SNS를 통해 다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백종원이 인터뷰를 하였다. 토를 단다"고 시작하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한국 음식에서의 설탕 문제는 백종원의 방송 등장 이전부터 지적해오던 일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할 것이다. 평론가는 개인을 대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백종원 개인에 대해 관심이 없다. 백종원 방송과 백종원 팬덤 현상에 대해 말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백종원의 골목식당' 막걸리 조작 방송과 관련해 질문할 상대는 백종원이 아니다. 내가 골목식당과 관련해 비판한 것은 막걸리 맞히기 설정과 조작된 편집이다. 내가 출연자에 대해 비평한 것은 없다. 출연자는 출연자일 뿐 촬영 설정과 편집권이 없다. 백종원이 골목식당의 PD가 아니다. 따라서 막걸리 조작 방송에 대해 백종원은 입장을 낼 위치에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골목식당 막걸리 퀴즈에서 식당 주인은 2개, 백종원은 3개 맞혔다. 방송은 백종원이 다 맞힌 것처럼 편집했다. 방송 이후 '백종원, 막걸리도 척척박사' 등의 기사가 떴다. 내 지적 이후 백종원이 3개 맞힌 것으로 방송 화면을 수정했다. 제작진이 조작을 시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음식 전문가의 대립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백종원도 처음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황교익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앞으로도 백종원에 대해 언급할 것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과 차이점…대립은 끝낼 수 없는걸까?
두 사람은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정보 공유로 대중들로부터 높은 인지도를 쌓았고 지지도 받고 있다. 두 사람이 전하는 음식에 대한 스토리텔링은 강한 흡인력으로 호기심을 자극했으며 유튜브의 활성화와 먹방의 세계화라는 추세 속에 더욱 큰 영향력을 갖게 됐다.
차이점이라면 백종원은 요리를 직접 하며 사업까지 영역을 넓혔다는 점이고 황교익은 사업은 하지 않고 음식 평을 전문적으로 한다는 것뿐이다. 두 사람이 가진 영향력은 음식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데 분명히 일조했고 한류의 세계화와 보편화에 기여했다는 것 역시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레시피는 목숨과도 같다. 이때문에 세상에 공개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하지만 백종원은 모두가 맛있는 음식을 싸게 먹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드러내며 자신이 공부하고 쌓아온 다양한 레시피를 방송에서 수차례 공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장사가 안되는 소상공인들에게 각종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많은 대중들에게 공감을 샀다. 시청자들은 그의 행동에서 진심을 느꼈고 그렇기때문에 인기를 얻게 됐다.
백종원은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황교익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며 맛과 조리 방법을 넘어 '건강'에 더욱 초점을 맞추는 게 국민사랑에 보답하는 길인 것도 자명하다.
한편 황교익은 평론가다. 평론가라는 직업은 사실 칭찬보다 비판적 시각으로 상황과 현상을 바라본다. 그래야 대다수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단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직업의 특성상 표현이 점잖게 가기 어렵다. 황교익 역시 '백종원'이라는 한 사람을 끌어내리기 위해 글을 쓰고 방송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황교익은 자신의 글에서 '백종원 팬덤'에 대해 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왜 '백종원 팬덤'이 생겼는지에 대한 연구가 우선 필요해 보인다. 수많은 대중들이 백종원에 열광했던 이유는 과도한 설탕 사용으로 맛을 낸 음식에 있지 않다. '백종원 팬덤'의 시작은 유튜브 구독자 및 방송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교감을 나누던 것에 있다.
기본적으로 백종원에 대한 황교익의 비판에 잘못된 부분은 없다. 백종원이 설탕을 사용하는 모습은 분명 시청자들에게 당의 위험성을 무디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방송 편집자들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황교익의 메세지 전달 방법이 세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정확한 비판도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선 대중들의 호감을 얻어야 한다. 황교익이 좀 더 정제된 언어로 백종원에게 '충고' 아닌 '권고'를 한다면 자신의 말도 더 설득력을 얻지 않을까.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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