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미워도 다시 한번"
美기업 실적 선진국 중 최고
중국 대규모 경기부양 기대
[ 김동현 기자 ] 미국과 중국 주식은 올해 예상보다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내년에도 유망 투자처로 꼽힌다. 미국은 상장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여전히 믿을 만하고, 중국은 내년에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기대돼 반등 기회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들어 ‘글로벌 안전지대’ 역할을 해온 미국 증시는 4분기 들어 분위기가 급랭했다. 미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S&P500지수는 10월 이후 9.0% 떨어졌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내년 해외 주식 중 미국 주식을 ‘최선호주’으로 꼽고 있다.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있긴 하지만 기업 투자와 부동산, 소비 등의 지표가 양호하고, 내년 기업 실적 전망치도 선진국 중 가장 좋기 때문이다. MSCI지수 기준으로 내년 미국 상장사들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전망치는 10.1%다. 유로존(9.1%), 일본(3.8%) 등보다 높다.
다만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으로 대표되는 미국 기술주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정보기술(IT)기업의 보안 강화 비용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고, 자사주 매입 강도도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IT 재고율은 하락하고 설비투자 압력은 증가했다”며 “안정적 회복세”라고 진단했다.
중국 증시도 올해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로 수출이 타격을 입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달 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에 그쳤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집계하는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경기 위축과 확장의 기준선인 50까지 하락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 중국 정부가 증치세(부가가치세)율 인하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중국 증시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홍록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지방정부가 인프라 투자에 주로 쓰는 특수채를 대규모로 발행했다”며 “내년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는 올해보다 약 8%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증시에선 무역분쟁 영향이 덜한 보험·증권주, 인프라 투자 관련 소재주가 주목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신흥국 가운데 브라질과 멕시코 증시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브라질 경제는 2015~2016년 최악의 침체국면을 벗어나고 있다. 브라질 경제성장률은 2016년 -3.46%였다가 지난해 1%로 높아졌다. 멕시코도 성장률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멕시코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2.1%와 2.3%로 예상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국가 모두 실물지표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며 “멕시코는 물가가 안정돼 금리 인하 등의 부양책을 쓸 여력도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경기 회복에 따른 대출 증가로 금융주가 떠오르고 있다. 멕시코는 민간 소비 증가에 따라 ‘필수 소비재’가 유망 업종으로 거론된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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