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청약에서 발생한 실권주, 기관투자가에 매각 실적 전무
≪이 기사는 12월14일(18:0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이 대표주관사를 맡아 올해 상장시키는 공모기업 중 최대어인 ABL바이오가 결국 대규모 실권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ABL바이오 기업공개(IPO)의 단독 대표주관사를 맡은 한국투자증권은 102억원 규모의 실권주를 떠안게 됐다. 일반 청약 과정에서 발생한 실권주를 기관투자가에게 매각하는 데 실패한 여파다.
14일 ABL바이오에 따르면 이날 납입을 마감한 결과 공모물량(60만주)의 11.3%에 달하는 67만9240주가 미매각 물량으로 남게 됐다. 지난 11~12일 진행한 일반 청약에서 일반 투자자에게 배정된 물량(120만주)에 93만9740주의 청약이 들어와 0.78대 1의 경쟁률을 내며 미달 사태가 났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들이 추가로 이탈하면서 일반 청약에서 발생한 실권주 규모는 67만9240주로 불어났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를 기관투자가에게 팔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으나, 기관투자가들의 추가 수요가 전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ABL바이오의 대규모 미매각 사태가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희망 공모가 범위(1만3000~1만7000원)를 기준으로 780억~1020억원의 공모금액을 목표로 했던 ABL바이오가 전량 소화되기란 싸늘해진 연말 공모주시장 분위기에서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주관사와 ABL바이오는 수요예측 참여수량의 78%가 1만5000원 이상의 가격을 제시한 점을 반영해 공모가를 1만5000원으로 확정했지만, 일반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과거 일반 청약에서 발생한 실권주를 기관투자가들에게 매각할 때 보여온 세일즈 능력이 이번에는 빛을 내지 못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의 최종 손익은 ABL바이오의 상장 후 주가에 달린 상황이다. ABL바이오는 오는 19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ABL바이오로부터 공모금액(900억원)의 4.5%에 해당하는 40억5000만원 및 국내외 기관투자가로부터 청약수수료 7억2000만원을 받게 된다. 여기에 지난 2017년 ABL바이오의 기업가치가 750억원이라는 전제로 투자한 50억원의 투자수익이 반영되면 실권주 발생에 따른 손실폭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을 전망이다. 공모가를 기준으로 한 ABL바이오의 기업가치(예상 시가총액)는 약 6600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이 시리즈B로 투자했을 때보다 9배 이상 뛰었다.
ABL바이오는 공모금액 기준으로 한국투자증권이 대표주관한 IPO 중 올 들어 최대어다. SK루브리컨츠와 카카오게임즈의 올해 상장이 무산되면서 바이오솔루션(공모금액 450억원), 엔지켐생명과학(431억2000만원), 에스퓨얼셀(311억8500만원), 세종메디칼(304억5000만원) 등 중소형 IPO를 대표주관하는데 그쳤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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