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원 기자 ] ‘스윙키즈’는 6·25전쟁 중이던 1951년 거제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새로 부임한 미국인 소장이 탭댄스단 결성을 지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국적, 언어, 이념은 물론 춤 실력도 제각각인 오합지졸 탭댄스단의 이름은 ‘스윙키즈’. 북한군 로기수, 통역사 양판래, 민간인 강병삼, 중공군 샤오팡, 댄스단 책임자인 미군 잭슨이 댄스단에 합류한다. 배우 도경수는 수용소의 말썽꾸러기 로기수를 연기했다. 점점 탭댄스의 재미를 알아가는 통역사 양판래 역은 박혜수가 맡았다. 영화 개봉(오는 19일)을 앞두고 두 배우를 만났다.
북한군 스윙보이 도경수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서 가슴이 쿵쾅거렸습니다. 영화를 볼 때도 경쾌한 탭 소리에 저절로 심장이 뛰더라고요. 스태프까지도 흥이 올랐죠. 카메라 감독님은 카메라를 든 채 리듬을 타더라고요. 하하.”
배우 도경수는 유쾌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극 중 기수는 ‘미제 춤’이라며 탭댄스를 애써 외면하지만 점점 그 매력에 빠져든다. 빨래 방망이 소리, 도마 위 칼질 소리, 심지어 코 고는 소리까지 탭 소리로 들릴 정도다.
“가수로 활동하며 춤을 춰왔지만 탭댄스는 처음이었어요. 몸치가 따로 없었죠. 탭댄스는 마치 발로 하는 드럼 같아요. 촬영 중에도 계속 연습했더니 이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발을 구를 만큼 습관이 됐습니다.”
극 중 기수는 북한군 수용 구역을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춤에 대한 그의 열망은 남한과 북한, 미국과 중국의 이념 대립과 전쟁의 경계를 뛰어넘는다. 도경수는 “그런 기수의 갈등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어려웠다”며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춤을 추는 장면에서 기수의 억눌렸던 춤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그룹 엑소의 메인 보컬인 도경수는 뛰어난 가창력과 무대 매너로 정평이 난 스타다. 연기력 논란도 그에게는 예외다. 가정폭력 피해자(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사이코패스 살인마(드라마 ‘너를 기억해’), 관심병사(영화 ‘신과함께’) 등 쉽지 않은 캐릭터들을 척척 소화해냈다. 최근에는 로맨틱 코미디 ‘백일의 낭군님’을 통해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면모까지 보여주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했다.
“노래와 연기, 어느 것이 더 어렵다고 말할 순 없어요. 제게 연기는 절대 놓지 못할 끈입니다. 캐릭터를 통해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알게 되고 새로운 걸 경험하면서 느끼는 쾌감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평생 연기하지 않을까요.”
“뭔가 결핍돼 있고 허점이 있는 인물들을 사랑스럽게 그려내는 게 우리 영화의 매력 포인트예요. 감독님은 이 영화의 악역이 전쟁과 이념이라고 하셨어요. 춤을 추며 행복해하는 사람들과 비극적 상황의 대비를 통해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니 더 와닿더라고요.”
통역사 스윙걸 박혜수
‘스윙키즈’의 판래는 전쟁통에 판자촌 같은 임시 거처에 살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소녀가장이다. 공연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 수용소에서 치마가 봉긋한 파란색 원피스를 입고 머리에는 핑크색 리본 장식을 단 채 신나게 발을 구른다. 그 모습이 마치 살아서 춤을 추는 팝아트 그림 같다. 박혜수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 게 판래의 상황을 표현하는 데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판래가 1931년생인데 저희 외할머니가 1932년생이라 당시 모습에 대해 여쭤봤어요. 외할머니 기억의 조각을 판래의 것으로 만들어봤죠. 의상도 신경 썼습니다. 콘셉트 회의를 할 때부터 배우들도 아이디어를 함께 냈어요. ”
극 중 판래는 어깨너머로 탭댄스를 익히다가 춤을 사랑하는 진짜 탭댄스 단원으로 거듭난다. 박혜수는 “원래는 춤과 거리가 먼 사람인데 대역 없이 탭댄스 장면을 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며 웃었다.
“마음만은 ‘비욘세’였는데 처음 안무 수업을 받던 날, 선생님의 절망적인 표정을 잊을 수 없네요. 그런데 4개월째 접어드니 정해진 안무를 따라 하기도 급급하던 제가 선생님과 프리스타일로 탭댄스를 주고받을 수 있을 만큼 실력이 늘었습니다.”
박혜수는 데이비드 보위의 ‘모던러브’를 배경음악으로 판래가 춤추는 장면에 애착이 간다고 했다. 그는 “소녀가장으로서 희생하는 판래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춤에 대한 욕심과 열망을 처음으로 표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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