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골퍼 후원 시장은 특A급들만의 잔치?

입력 2018-12-14 18:32  

골프 인기에 후원기업 늘었지만
투자할 '대어급' 상대적으로 부족
박성현 등 특A급 쏠림현상 심화

신인도 소수에게만 러브콜 집중
B급 선수들은 헐값 계약 수두룩



[ 조희찬 기자 ] 여자 프로골프 스카우트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냉·온탕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대어’로 꼽히는 일부 선수에게만 관심이 집중되면서 대다수 선수가 느끼는 체감온도는 쌀쌀하다. 여자 골프의 인기 덕분에 선수를 후원하겠다는 기업 수요는 줄지 않았다. 하지만 거액을 투자해 자사 로고를 붙일 ‘특A급’ 선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탓에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빅스타’ 잡아라…소수에 쏠린 후원사

신인 스카우트 경쟁에선 소수에게만 러브콜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골프업계에 따르면 최근 볼빅과 계약한 조아연(18)은 연간 3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경(18)과 이가영(19)도 억대 연봉에 사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메인스폰서뿐만 아니라 다수의 서브스폰서도 확보했다. 대다수 신인 선수가 스폰서 한 곳도 제대로 구하지 못한 것과 대조된다. 계약이 만료된 경력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한 후원사 임원은 “우승 경력이 있는 상금순위 톱20위권 선수가 지난해만 해도 1억원 안팎을 불렀는데, 올해는 1억3000만~1억5000만원을 호가한다”며 “최상위권에만 시장 관심이 쏠리는 듯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톱랭커 스카우트 비용이 높아질수록 이른바 ‘준척급 선수’에게 돌아가는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빈익빈 부익부’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게 매니지먼트사들의 고민이다. 한 스포츠매니지먼트사 대표는 “확실한 A급 선수에게 후원 기업들의 예산이 집중되면서 B급 선수들이 턱없이 낮은 헐값에 계약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실력, 인기 입증 박성현 오지현 재계약 눈앞

올 시즌 빼어난 활약으로 몸값을 입증한 스타 선수들은 상황이 다르다. 후원사들이 오히려 재계약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외를 통틀어 최대어로 꼽히는 박성현(25)은 KEB하나금융그룹과 다시 한 번 손잡을 것이 유력하다. 그는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하면서 보장액 연 10억원과 인센티브 조항이 들어간 계약서에 사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현은 지난 2년간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5승을 올렸다. 엄청난 장타력으로 꾸준히 외신에 오르내리며 브랜드 가치를 높인 만큼 후원금 인상이 확실시된다. 의류를 후원하는 빈폴골프 등 이른바 서브스폰서도 박성현을 정리할 이유가 없다는 게 업계 예상이다. 일각에선 지금과 같은 성적을 내년에도 유지한다면 내년에 박성현이 벌어들일 돈이 50억원에 가까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오지현(22)은 올겨울 KLPGA투어 이적 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힌다. 그는 올 시즌 2승을 거뒀고 상금랭킹 3위에 올랐다. 시즌 초반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라는 굵직한 대회에서 우승했다. 1996년생의 어린 나이로 잠재력이 풍부하고 깔끔한 이미지 덕분에 미디어 노출빈도가 높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그를 후원해온 KB금융그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KB금융그룹 측은 올해로 자사와 계약이 끝나는 오지현과 일찌감치 재계약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계약 때 오지현은 연간 2억원이 조금 넘는 계약서에 사인했으나 이번에는 인센티브를 제외하고 연간 5억원이 넘는 계약금을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금랭킹 7위 이다연(21), 8위 장하나(26), 10위 박민지(20), 14위 박결(22)도 기존 후원사와 재계약 막바지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지난 계약보다 늘어난 규모의 계약금을 제시받을 것이 유력하다.

의류 등 ‘서브스폰서’ 시장도 일부에 편중

후원사는 선수를 크게 세 가지 기준으로 뽑는다. 시즌 성적과 스타성의 척도가 되는 미디어 친화도, 그리고 실력 향상 가능성 등 잠재력이다. 최근에는 투어의 추세로 떠오른 장타력과 인성도 몸값을 매기는 데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선수들의 평판을 쥐락펴락하는 소셜미디어 시장 노출 빈도가 높아서다. 이 때문에 몇몇 기업은 계약 전 선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 내력을 짚어보는 것은 물론 사전 인터뷰를 통해 선수의 미디어 대응 능력과 화술 등을 파악하고 있다.

의류 후원사들은 매력적인 이미지에 큰 비중을 둔다. 특정 선수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할 수밖에 없다. 대다수 중하위권 선수는 의류를 무료로 제공받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지만, 톱랭커 선수는 의류 제공은 물론 웬만한 메인 후원 계약을 넘어서는 후원금도 손에 쥔다. 의류 쪽에서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선수는 올 시즌 첫승을 신고하며 주가가 급등한 박결이다. 업계에 따르면 그는 골프 의류 브랜드 풋조이와 후원 계약을 앞두고 있다. 박결은 한 업체로부터 의류 계약으로만 연 2억원 이상의 계약금을 제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지현도 자신의 옷을 제공해주는 파리게이츠로부터 1억원을 훌쩍 넘는 계약을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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