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모빌리티 빅뱅'

입력 2018-12-14 18:42  

고두현 논설위원


[ 고두현 기자 ] 미국 주요 공항이나 호텔에는 일반 택시 타는 곳 외에 승차공유 구역이 따로 있다. ‘승차 공유(ride sharing)’ 또는 ‘우버 승차장’이라고 표시돼 있다. 우버는 지난해 65개국 600여 도시에서 40억 건 이상의 이용 실적을 올렸다. 2020년부터는 ‘하늘을 나는 공유 서비스(flying car) 시대’를 열 계획이다.

내년 초 상장을 앞둔 우버의 기업가치는 1200억달러(약 135조원)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3대 자동차기업인 제너럴모터스·포드·피아트크라이슬러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의 기업가치도 560억달러(약 63조원)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휴대폰 혁신을 몰고 온 애플의 ‘아이폰 모멘트’에 빗대 승차공유 혁신을 ‘우버 모멘트’라고 부른다. 우버 열풍은 자전거·스쿠터 등 소형 교통수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동의 첫 구간부터 마지막 단계까지를 잇는 ‘퍼스트-라스트 마일’ 비즈니스가 등장했다. 집에서 공유 자전거로 지하철역까지 가서 대중교통을 이용한 뒤 다시 공유 자전거로 직장에 도착하는 방식이다.

‘모빌리티(이동수단) 혁명’의 한 축이 ‘공유’라면 또 다른 축은 ‘자율주행’이다. 미국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인 ‘드라이브AI’는 지난 7월부터 텍사스주에서 근거리 승차공유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구글의 웨이모가 장거리 자율주행 택시를 선보였다. 웨이모의 기업가치는 우버보다 높은 1750억달러(200조원)에 달한다.

자율주행은 화물 수송에도 혁신을 일으킬 전망이다. 내년에 나올 테슬라의 자율주행 전기트럭은 30분 충전으로 640㎞를 달릴 수 있다. 운전자가 하루 11시간의 운행 제한을 받는 것과 달리 운전자 없이 24시간 달릴 수 있다. 올해 라스베이거스 CES에서 도요타 회장이 “도요타는 더 이상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모빌리티 회사”라고 했듯이, 이제 자동차는 ‘궁극의 모바일 디바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한국은 발걸음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택시업계가 반발하는 ‘카카오 카풀’도 해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 싱가포르에 등장한 ‘우버플래시’가 좋은 예다. 이는 하나의 앱으로 우버 차량과 택시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여기에 참여한 택시 운전자들의 수입이 한 달에 19% 올랐다고 한다. 이 같은 상생모델을 활용하지 못하고 갈등과 대립으로 시간을 허비하면 세계적인 ‘모빌리티 빅뱅’ 속에서 우리만 소외될지 모른다.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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