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사용처가 거래소 매매뿐인 가상화폐(암호화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입니다. 전체 암호화폐 가운데 98%는 그렇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이 투자자들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 14일 서울 CGV 여의도점에서 연 투자세미나 '코인원더' 자리에서다. 계속된 하락세에 암호화폐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임에도 투자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공태인 코인원 리서치센터장은 "코인원이 상장을 검토하는 기준은 상식적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없더라도 보유할 이유가 있는지 △프로젝트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해당 암호화폐 수요도 늘어나는지 △기존 기술을 배제하고 새로 만들 이유가 있는지의 세 가지를 먼저 따진다고 소개했다.
공 센터장은 "약 98%의 암호화폐 프로젝트는 이 질문에 답을 내놓지 못한다. 상장 심사를 요청하는 이메일의 90% 이상은 첫 페이지에서 이러한 질문에 위배될 정도로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거래의 대부분은 시세차익을 노리고 발생하며 거래소가 이를 중개하고 있다. 단 장기적으로는 사용자들이 암호화폐를 해당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직접 사용하고 이를 중개하는 거래소도 사라져야 한다고 봤다.
그는 "보유할 만한 상품은 사용처가 있고 수요공급 균형도 이뤄져야 한다. 사용자들이 암호화폐를 직접 사용하지, 거래소를 통해 판매할 이유가 없다"고 짚었다. "유일한 사용처가 거래소에 판매하는 것일 뿐인 암호화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고도 했다.
또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활성화 여부와 무관하게 암호화폐 수요가 높다면 굳이 암호화폐를 발행하지 않고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사용할 수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 아무 가치가 없다고 덧붙였다.
서버 데이터베이스, 법정화폐 등 기존 기술을 사용하거나 이미 등장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쓸 수 있음에도 자체 블록체인을 구축하고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역설했다. 공 센터장은 "목표에 맞고 손 쉬운 대안에 있음에도 힘들게 자체 블록체인을 만들려 한다면 그 이유는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떨어진 현재 상황에서 유효한 투자방법이 있는지 궁금해했다.
이에 장승순 코인원노드 서비스 총괄은 "과거에는 시세 차익을 노린 단기 매매가 유효했지만 이제는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기존 금융권에서는 기관들이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지만 암호화폐 시장은 그렇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에어드롭(토큰 무상지급)을 노리라는 조언를 곁들였다. 지난 6월 블록체인 이오스가 메인넷을 출시하고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자 이오스 암호화폐 보유자들에게 이오스 기반 유틸리티 서비스들의 암호화폐가 에어드롭 형식으로 지급됐다. 그는 "중장기적 시각을 갖고 플랫폼 암호화폐에 투자해 유틸리티 암호화폐 에어드롭을 받는 방법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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