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휘 정치부 기자) 용산구에 있는 국방부 본관 지하엔 카페 분위기가 묻어나는 PX(군마트)가 있다. 폐막사나 창고에 물건만 진열해 놓은 일선 부대의 PX와는 차원이 다르다. ‘별’들이 수두룩하고, 외부 방문객들이 많은 특성을 반영해 카페와 마트 기능을 합쳐 놓은 공간이다.
국군복지단은 전국 2000여 개 군마트를 국방부 PX처럼 바꾸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공군 비행단처럼 대규모 병력이 집결해 있는 부대에는 이미 카페형 PX가 들어섰다. 논산 육군훈련소 PX도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17일 개장한다. 앞으로 국군복지단은 물건을 단순 진열, 판매하던 군마트를 장병들이 차도 마시고, 독서도 할 수 있는 시설로 변모시키겠다고 16일 밝혔다.
시설개선 공사를 마친 군마트는 PX란 말 대신에 ‘WA마트’로 불릴 예정이라고 한다. WA마트는 국군복지단의 영문명인 ‘Welfare Agency’의 약자이면서 쇼핑과 휴식을 위해 편안한 마음으로 ‘와주기’를 바란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군인과 허가된 인원에게 식품이나 일용품 등을 판매하고 있는 매점’이란 뜻의 미군 용어인 PX도 조만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지도 모를 일이다.
PX 환경 개선은 병영문화 개혁이라는 ‘국방개혁 2.0’의 일환이다. 군대 복지 향상이 군 사기 향상에도 도움된다는 것이 국방부의 생각이다. 여기에다 장병들의 PX 활용이 더 빈번해지고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병사들이 받는 월급이 수직상승하면서 PX 매출도 몇 배 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병장 월급은 40만6000원이고, 2022년이면 67만6000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요즘 군대의 변화상은 깜짝 놀랄 만한 수준으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6년에 신축된 공군교육사령부(경남 진주시 금산면) 내 신병교육대대 건물이 대표적인 사례다. 육·해·군 3군을 통틀어 가장 최근에 지어진 건물이다. 신축 병영답게 이곳에 들어서면 훈련병 내무반 특유의 땀냄새가 거의 없다. 내무반은 최신식 냉난방 시설도 갖췄다. 압권은 화장실이다. 화장실 변기엔 비데가 설치돼 있고, 탈수기 뿐이던 세탁실은 신형 세탁기들로 채워져 있다. 칸막이가 설치된 개인용 샤워실이 마련돼 있는 점도 눈에 띄었다.
한국의 대다수 남성에게 군대 경험은 잊지 못할 인생의 한 장면이다. 누군가에겐 추억으로, 누군가에겐 고통으로 기억될 경험이다. 강제에 가까운 집단생활, 사생활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채 감시와 규율 속에 산다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은 아니다. 형제들과 부대끼며 살아왔고, 군부 정권을 겪었던 기성 세대들도 견디기 어려웠던 군대 생활이다. 요즘 ‘신세대’ 장병들이 맞닥뜨릴 당혹과 고통은 더욱 클 것이다. 신체의 일부처럼 끼고 살던 휴대폰을 뺏긴 채, 밤이면 낯선 이들의 코골이와 뒤척임을 감수해야하는 삶을 1년 넘게 견뎌야 한다.
혹자는 이 모든 게 훈련의 일부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세대가 바뀐 만큼 군대 문화도 바뀔 때도 됐다. 일과 후 개인의 삶을 돌려주고, 의식주에 관한 최소한의 인간적인 품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해서 전투력이 떨어진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극한 훈련은 일과 중에 혹은 정식 훈련으로 삼아 실행하면 된다. 국방부의 개혁이 성과를 거두길 기대한다. (끝) /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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