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엇갈린 반응'
홍문종·곽상도 "어이없다" 반발…윤상현·원유철 "겸허히 수용"
'눈가리고 아웅' 인적쇄신?
"불출마 선언·재판 중 의원 빼면 인적청산 폭 크지 않다" 주장도
관심 커지는 내년 2월 全大
"당 대표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당협위원장 복귀 가능성" 분석도
[ 박종필 기자 ]
자유한국당이 현역 국회의원 21명의 지역구 대표 자격인 ‘당원협의회 위원장’(당협위원장) 지위를 박탈하는 조치를 전격 단행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추진하고 있는 당 개혁의 종착역인 ‘인적쇄신’의 베일이 벗겨진 것이다.
“공천 파동·분당·선거 패배 책임 물어”
한국당 조직강화특위는 지난 15일 회의를 열어 현역 의원 21명과 원외 위원장 48명 등 총 69곳의 당협위원장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별도로 지역구 10곳에 대해서도 기존 위원장의 재신임을 묻기로 하면서 총 79곳 지역구의 당협위원장을 새로 뽑기로 했다. 전국 253개 지역구 중 3분의 1 이상에 대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예고한 것이다.
한국당은 박근혜 정권 탄핵과 대선 패배 후 야당으로 전락하고, 바른정당 분당과 6·13 지방선거 패배로 연신 내리막길을 걸었던 원인을 제공한 의원들에 대한 중징계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중 파급력이 가장 큰 것은 지역구 현역의원의 자격정지다. 당협위원장은 지역구에서 한국당을 대표하는 당직이다. 차기 총선 공천 과정에서도 가산점을 받아 유리할 뿐 아니라 지방선거 때는 기초단체장·지방의회 의원 공천 권한을 갖는다. 이 자리를 뺏기면 의원직을 유지하더라도 당내 입지는 급격히 좁아진다. 2020년 4월 총선 공천도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정치적 생명이 끝나게 된다.
조강특위 위원인 전주혜 변호사는 “공천 파동, 최순실 사태, 분당과 지방선거 패배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그 과정에서 희생이 없었다”며 “인적쇄신은 한국당이 사랑받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설명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이라며 “(계파 간) 균형을 일부러 맞추려고 했다기보다는 외부 위원들이 고심한 결과”라고 말했다.
반발 속 ‘패자부활전’ 모색
순식간에 당협위원장 지위를 잃게 된 의원들은 공개적인 반발보다는 차기 당 대표 선거가 치러질 2월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당협위원장 직을 되찾을 수도 있는 ‘권토중래’의 기회를 맞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친박근혜계 핵심으로 꼽히는 홍문종 의원은 명단 발표 직후 “당 개혁 운운할 때부터 나를 교체 명단에 넣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내가 친박계의 대표 인물인데 나를 어떻게 빼놓을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홍 의원은 17일 국회 기자회견을 열어 당 지도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뒤 20대 국회에 첫 입성한 곽상도 의원도 “2년6개월간 지역과 국회를 오가며 무너진 당을 바로 세우고자 노력한 결과가 ‘솎아내기’라니 허탈하다”며 “지역 민심과 당심과도 동떨어진 오판”이라고 비판했다.
차분하게 다음을 기약하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친박 핵심 인사로 꼽히는 윤상현 의원은 “책임지라면 기꺼이 지고 어떤 희생도 받아들이겠다”며 “반문(반문재인) 연대의 단일대오에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새누리당(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원유철 의원도 “‘선당후사’의 간절한 심정으로 당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나경원, 구제 가능성 시사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는 취임 5일 만에 적지않은 타격을 입었다. 본격적인 대여 투쟁 역량을 결집하기도 전에 소속 의원 일부가 당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나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경선에서 김학용 의원을 상대로 압승을 거둔 배경에는 당 지도부의 인적쇄신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 나 원내대표는 “우리 당이 단일대오로 투쟁하는데 있어 많은 전사를 잃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협위원장 배제 명단에 오른 의원이라도 남은 1년간 의정활동을 열심히 한다면 다시 구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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