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익 기자 ] 국내 정유사들의 올해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이 14년 만에 70%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인한 이란산 원유 수입 감소와 북미산 원유 가격 하락이 맞물리면서다.
16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국내 정유사들의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은 74.6%를 기록했다. 이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는 2004년 78.2% 이후 14년 만에 70%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중동산 원유가 예년보다 적게 들어온 배경으로는 이란산 원유 감소와 미국 셰일오일 증산이 꼽힌다. 올해 미국이 이란 제재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 정유사들은 수급 위기를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도입 감소에 나섰다. 올해 이란산 원유 도입량은 5820만 배럴로 지난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
미국 셰일오일 증산으로 인한 북미산 원유 가격이 중동산 원유보다 떨어지는 현상도 주요 원인이다.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며 북미·남미 지역 원유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 지난 14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59.35달러, WTI는 51.2달러를 기록했다. 북미산 원유 가격이 중동산보다 더 낮아지면 도입 물량을 늘릴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원유 다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중동산 원유 비중은 60%가 되지 않는다. 대신 멕시코 등에서 생산되는 초중질원유를 들여오고 있다. 타사 대비 고도화 정제 설비가 잘 갖춰져 있어 저렴한 원유로도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SK이노베이션은 중동산 원료를 장기 계약으로 도입하는 한편 유종별 시황 변동에 따라 도입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GS칼텍스도 지난해(1250만 배럴)보다 200% 이상 늘어난 총 3150만 배럴의 북미산 원유를 올해 도입할 예정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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