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설문 등 기획에 공들여 짱구 파자마 등 릴레이 대박
협업제품으로 올 매출 15% 달성…내년 3월 '카드캡터체리' 옷 출시
[ 민지혜 기자 ] 이랜드월드의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스파오는 지난달 9일 0시 해리포터 캐릭터를 넣은 옷을 내놨다. 온라인몰 판매 시작 1분 만에 3만 장이 팔렸다. 아침에 매장 문을 열자 2시간 만에 전국에서 25만 장이 ‘완판’됐다. 30억원어치다. 이랜드는 급히 재생산에 들어갔고 재생산한 20억원어치도 사흘 만에 동이 났다. 해리포터와의 협업(컬래버레이션) 상품으로만 약 50억원의 매출을 올린 스파오는 내년 봄·여름용 해리포터 옷도 제작하기로 했다.
철저한 사전기획이 핵심
스파오의 협업 전략이 이랜드그룹 패션사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정 캐릭터를 선호하는 마니아층을 집중 공략한 것이 성공으로 이어지면서다. 협업 제품은 단기간에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데다 한정판 상품에 쏠리는 소비자 관심이 브랜드 인지도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컬래버레이션의 힘’을 체감한 이랜드가 캐릭터 사업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리포터 협업 제품은 1년 동안 공들인 결과물이다. 지난해부터 기획에 들어갔다.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했다. 어떤 캐릭터를 좋아하고 어떤 디자인, 색상, 사이즈를 선호하는지 일일이 조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샘플을 디자인한 뒤 스파오 페이스북에서 온라인 설문을 받았다. 사흘 동안 7만여 명이 참여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옷을 골라 투표했고 이를 기반으로 스파오는 60여 종의 해리포터 옷을 제작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매장 문을 열기 전부터 서울 강남점, 홍대점, 명동점 등 주요 매장 앞에는 100여 명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스파오 관계자는 “그동안 짱구,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 등 인기가 많은 캐릭터 제품이 주목을 끌었지만 해리포터 반응이 가장 좋았다”며 “내년 봄·여름용 옷으로도 제작하기 위해 디자인 작업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소유욕 자극하는 한정판
스파오가 협업 마케팅을 강화한 건 지난해부터다. 작년 4월 짱구 캐릭터를 넣은 파자마를 제작해 30만 장 이상 팔았다. 귀여운 캐릭터를 잘 살려 싸고 품질 좋은 잠옷을 내놓은 게 통했다. 짱구를 좋아하는 소비자 연령대가 폭넓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었다. 스파오는 짱구 파자마를 계기로 협업 제품의 가능성을 다시 봤다. 단발성이 아니라 장기 프로젝트로 협업 전략을 짜게 된 계기다.
올해 9월 출시한 ‘김혜자 협업 제품’도 장기 기획의 산물이다. 배우 김혜자 씨가 기획에 참여한 경량패딩, 발수 3D 스니커즈 등은 ‘혜자템’으로 불리며 총 30만 개가 판매됐다. 젊은 층이 사용하는 신조어 ‘혜자스럽다’(싸고 품질이 좋다)와 ‘아이템’의 합성어로,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가 뛰어나고 품질도 좋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 밖에도 스파오는 지난해 9월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 협업 제품을 출시해 사흘 동안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전 온라인 설문조사에 7000여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제작한 옷이다. 올해 6월 내놓은 세일러문 협업 제품의 제작단계에서도 1만여 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소비자들이 콕 집어 원하는 제품을 한정 수량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잘 팔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회사 관점에서는 협업 제품을 자체 공장에서 한꺼번에 생산한 뒤 각 매장으로 보내기 때문에 재고관리 비용이 따로 들지 않는다는 게 매력적인 요소다.
스파오 관계자는 “내년 3월에 출시할 예정인 ‘카드캡터체리’ 협업 상품의 심층 인터뷰를 하고 있다”며 “한 달 동안 1만8000여 명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 3200억원을 기록한 스파오는 올해 협업제품으로만 전체 매출의 15%가량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