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의 복지 사업은 각종 수당, 연금 등을 명목으로 이름만 조금 다를 뿐 현금을 쥐여주겠다는 게 대부분이다. 특정 지자체에서 도입하면 비슷한 정책들이 다른 지자체로 금세 퍼져나간다. 그러다보니 광역·기초 지자체 간 중복되는 사업이 적지 않다. 상당수는 중앙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과도 겹친다. 복지 재원의 비효율적인 집행으로 나라 예산을 낭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종합적으로 조정, 견제해야 할 복지부는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복지부가 지난해 말 ‘사회보장제도 운용지침’을 변경할 때 ‘복지사업 부동의(不同意) 권한’을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협의를 요청한 사업에 대해 기존 지침엔 복지부가 ‘동의’ 또는 ‘수정·보완’, ‘부동의’를 할 수 있도록 돼 있었는데, 새 지침에서 ‘부동의’ 항목을 뺀 것이다. 이 지침에 따라 올해부터 복지부는 지자체들의 온갖 복지정책을 그대로 허용하는 ‘통과의례 기관’으로 변질됐다.
이 와중에 정부는 지자체에 돈과 권한을 대폭 넘기는 ‘재정 분권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견제 기능이 약화된 상황에서 곳간에 돈이 들어오면 포퓰리즘은 더 극성을 부릴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복지부의 ‘부동의권’을 되살리는 등 중앙정부의 견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돈과 권한을 줬으면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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