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마약왕' 송강호, 그 어려운걸 또 해냅니다

입력 2018-12-18 13:40   수정 2018-12-27 14:00

우민호 감독 신작 '마약왕'
송강호 "모두가 경험 못한 세계…추측, 상상력 동원했죠"
"전개 방식 달라 당황, 호불호 갈릴 수도"



우리는 '미친 연기'에 대해 감탄할 때 '약 빨았다'는 수식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제 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연기라는 의미다. 충무로 대표 배우, 영화계의 살아 있는 전설, 송강호가 그 어려운 것을 또 해냈다. 영화 ‘마약왕’을 통해서다.

‘마약왕’은 1970년대 하급밀수업자이던 이두삼(송강호 분)이 필로폰을 제조, 일본에 수출해 마약업계 거물이 됐다가 몰락하는 과정을 담담한 시선으로 쫓는다. 청소년관람 불가 등급답게 약물과 폭력 묘사 수위는 높은 편이지만, 한 인간의 흥망성쇠와 폭넓은 감정 진폭을 볼 수 있다.

18일 서울 삼청동 모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는 새 영화 '마약왕'에 대해 "마약 세계를 다루고 있는 영화를 다루지만 인간의 본질적인 비뚤어진 욕망과 삶에 대한 왜곡된 집착, 파멸에 이르는 남자의 인생을 통해 소재를 떠나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괴물’, ‘변호인’, ‘택시운전사’를 통해 소시민적인 모습으로 관객의 감정선을 건드렸다. 이번 작품에서는 상상을 넘어서는 광기와, 파격을 보여준다. 이두삼은 대한민국의 70년대를 집약한 인물이다.

송강호는 "'마약왕'이 어떻게 평가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배우로서 도전이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배우로서 한걸음 한걸음이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블랙코미디 장르처럼 때론 유쾌하게, 때론 찜찜하게 전반부가 흘러간다. 마지막 30분에 다다르면 송강호가 왜 송강호인지를 알 수 있는 연기 잔치가 담겨있다.

그는 "전반 유쾌하다가 후반은 생경하다.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양식이라 보는 분들이 신선하고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겠다. 하지만 기존의 드라마 투르기에서 보였던 양식이 아니어서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두삼이 불가피한 이유로 마약에 손을 대고,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송강호라는 배우의 힘을 볼 수 있다. '약 빤 연기'라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는 촬영 과정에 대해 '외로웠다'고 토로했다.

송강호는 "마약이란 것은 저 뿐만 아니라 모두가 경험을 하지 못한 세계지 않나. 그래서 막연한 추측과 상상력을 총 동원해야 했다. 그래도 관객에게 현실감있게 가짜처럼 안보이게 전달해야겠구라는 생각에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흔히 이런 류의 영화를 보면 인간이 향락에 빠지고 여성을 취하는 등 퇴폐적인 전개로 가는데 나는 그게 너무 싫었다. '마약왕'은 오히려 인물 내적으로 파고 들어가는 이야기라 훨씬 마음에 들었다. 팜므파탈의 여성들이 이야기에 사용되다 버려지고, 이런 것은 신선하지 않다. 우리의 방식이 훨씬 좋았다"고 덧붙였다.

연극계에 오래 몸 담았던 그는 해당 장면을 촬영 하면서 연극 무대의 생각이 많이 났다고. "한편으로 걱정도 됐다. 리듬감이 빨라야 하는 영환데 새롭기도 했지만 고민도 됐다. 사실 찍어놓은 것은 더 길다. 이걸 다 보여줄 수 없으니 엑기스만 딱 나왔다. 우민호 감독이 정말 과감하고 대단하다"고 연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약왕'은 한국 마약사범들의 이야기를 이두삼 하나로 엮었다. 특히 70년대 '마약왕'으로 꼽힌 이황순도 소재가 됐다. 이황순은 1980년 마약 판매 혐의로 체포됐다. 체포 당시 그는 머물던 별장에서 수사진과 대치를 벌이고 사냥용 총을 쏘면서 4마리 맹견을 풀어 저항했다. 그는 실제로 히로뽕 중독자로 알려졌다. '마약왕' 속 이두삼의 설정과 100% 일치한다.

송강호는 "이황순이 머물던 집도 같고, 검거 상황도 똑같이 표현했다. 그 앞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많이 섞여 있다. 우 감독이 팩트를 살린 것 같다. 실제 사건이라고 하니까 많이 놀라더라. 어떤 딱 한 개인을 모델화한 건 아니다. 허무맹랑한 사건이 아니다. 사건을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약왕'의 결말은 이두삼의 묘한 미소에서 끝이 난다. 이에 대해 송강호는 우민호 감독이 던지는 메시지라고 생각했다.

그는 "마약이라는 존재가 과연 사라질까? 마약은 사라졌다가도 우리 곁에 올 수 있는 사회악이지 않나. 그런 측면도 있고 파멸의 종지부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의문도 고민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몇 개의 엔딩이 있었는데, 영화에 삽입된 것이 가장 새로웠다. 흔히 '내부자들'과 많이 비교를 하는데 그 작품은 익숙한 상자 구조인 기승전결을 전형적으로 따르고 있다. '마약왕'은 엔딩과 전개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저도 조금 당황스러웠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마약왕’은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 신작으로, 총제작비는 165억원. 400만명 이상 관람해야 제작비를 회수한다. 송강호 외에도 조정석, 배두나, 조우진, 김소진, 김대명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해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며 캐릭터 향연을 펼친다. 오는 19일 개봉.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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