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어 '집회 해방구' 된 여의도

입력 2018-12-1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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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분기 집회 50% 증가
1000명 이상 참가 22건…겨울임에도 이례적 늘어

국회 100m 내 집회 허용 영향
시민단체·노조의 국회 압박에, 정부의 관대한 대응도 한몫



[ 김소현/장현주/김우섭 기자 ]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인 올 하반기부터 국회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시위가 급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규제 완화와 혁신성장 입법 등에 반발, 노조·특정단체가 정치권에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아서다. 일각에선 정권 교체의 핵심 우군이던 노조·시민단체와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우려한 집권여당이 이들에게 지나치게 끌려다닌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0월1일 이후 이날까지 국회 인근에서 열린 1000명 이상 대규모 집회는 22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같은 기간 열린 대규모 집회(13회)보다 69.2%(9건) 더 늘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발로 항의 집회가 많았던 2016년(14건)보다 57.1% 많다. 2013~2015년 같은 기간엔 평균 6건에 불과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정보과 관계자는 “4분기는 집회·시위 비수기지만 올 연말엔 이례적으로 가을보다 더 늘어 정신이 없다”고 했다.

국회 앞 집회·시위가 늘어난 1차적인 이유는 집권 2년차를 맞아 정부·여당과 노조·특정단체가 충돌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연말 국회 인근 집회·시위는 대부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계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 1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개혁 입법에 반발, 민주노총이 1만5000명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를 연 데 이어 20일 카풀(출퇴근 차량 공유) 서비스 도입에 반대하는 택시노조도 집회를 예고했다.

한국GM의 연구개발(R&D)법인 분리에 반대해 이미 여러 차례 집회를 연 한국GM노조는 총파업까지 계획하고 있다. 카풀 서비스 등 정치권이 노조의 실력 행사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도 국회 앞 시위 증가의 한 요인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민주노총 등에 부채가 있다는 의식 때문인지 지나치게 관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때로는 단호한 태도를 취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입법권을 가진 정치권이 사회 갈등까지 중재하려는 모습을 보인 데 따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노·사·정 합의에 맡겼던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문제를 비롯 정부와 택시·카풀업계가 연초부터 논의했던 카풀 서비스 도입에 정치권이 끼어들면서 갈등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정치권이 나서면 좀 더 요구 수위가 커지는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광화문 집회는 대국민 메시지를 전하려는 목적이 크지만 여의도 집회는 정치권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이 핵심”이라며 “이런 압박이 한두 번 통하기 시작한 탓에 국회 앞 집회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헌법재판소가 지난 5월 ‘국회 인근 100m 이내 집회 금지’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것도 국회 인근 집회·시위 증가에 영향을 줬다.

국회 인근의 연이은 대규모 집회로 근처 주민과 상인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국회 인근 건물에서 주차 관리를 하는 이모씨(59)는 “집회 장소 주변에 쓰레기와 담배꽁초를 무분별하게 버리는 데다 차로까지 막아 영업에 막대한 손실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도 국회 앞엔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들이 가져온 트랙터 7대가 며칠째 도로 한가운데 세워져 있었다.

김소현/장현주/김우섭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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