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원 경제부 기자)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는 기재부 차관보 자리가 비어있었습니다. 이찬우 차관보는 지난주 사표를 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차관보는 기재부가 2008년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통합해 출범한 이후 ‘최장수 차관보’로 재직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2월부터 이달까지 2년 10개월 동안 차관보 타이틀을 달았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일자리 대책과 자영업자 대책 등 소득주도성장과 서비스업활성화 방안 등 혁신성장, 부동산 대책 등 주요 경제정책 수립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습니다. 지난 17일 발표된 ‘2019년 경제정책방향’도 이 차관보가 주도해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차관보는 대책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주요 정책들을 조율하면서 김동연 전 부총리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전 부총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요즘 이 차관보 때문에 산다”며 공개적으로 치켜세우기도 했습니다. 이 차관보는 종종 김 전 부총리 출근 길에 관용차에 함께 탑승해 보고를 올릴 정도로 최측근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이 차관보는 정권을 가리지 않고 항상 윗선의 신뢰를 얻은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평소 서울대 법대 출신을 선호한 것으로 유명했던 강만수 당시 기재부 장관은 일선 과장이었던 이 차관보를 칭찬하며 “서울대 법대가 아니어도 인재가 있다”는 얘기를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 차관보는 그러나 지난 14일 발표된 차관급 인사 16명 명단에서 제외됐습니다. 행시 후배인 이호승 1차관과 구윤철 2차관이 임명되면서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차관보는 행정고시 31회, 이 차관과 구 차관은 32회입니다.
기재부 직원들은 ‘설마설마했는데 진짜 이렇게 되는거냐’며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기재부 내에서는 이 차관보가 전 정권에서부터 차관보를 맡은 만큼 현 정권에서 중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습니다. 그렇다 해도 ‘문재인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 수립마다 공헌한 이 차관보를 그냥 보내겠느냐’는 분석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막상 인사 명단에 이 차관보가 없자 기재부는 술렁이고 있습니다. 한 기재부 관계자의 이 한마디가 공무원들의 심정을 대변해줄 것 같습니다. “열심히 일한 공무원을 이렇게 대우한다면 그 어떤 공무원들이 몸을 바쳐 일할까요.” (끝)/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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