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정치인·교수 등 마구잡이 사찰"…靑 "金 수사관 단독 행동"

입력 2018-12-20 00:41  

감찰반 첩보보고 목록 공개 파장

한국당, 국정조사까지 요구
최경환 비위 관련 동향
홍준표 대선자금 모금 시도 등 100여 건 첩보보고 목록 공개
김현미 장관까지 전방위 사찰 의혹…나경원 "靑, 궁색한 해명만 반복"

靑 "개인의 일탈일 뿐"
문제 문건 11건 중 5건 즉시 폐기…4건 적법활동, 2건은 보고도 안해
"비위 혐의자의 일방적 주장…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아야"



[ 하헌형/박재원 기자 ]
자유한국당은 19일 청와대가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야권 인사를 비롯해 언론·민간인에 대한 전방위적 사찰을 벌였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청와대는 한국당의 의혹 제기에 맞서 곧바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국당, 민간인 사찰 리스트 공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원인 김태우 수사관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최 전 부총리 비위 관련 첩보성 동향 △고건 전 총리의 장남 고진 씨의 비트코인 사업 활동 △송모 한국자산관리공사 비상임이사 동향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의 대선 자금 모금 시도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 간 갈등 △박근혜 전 대통령 친분 사업자의 공공기관 예산 수령 △이명박(MB) 정부의 방통위 ‘황금 주파수’ 경매 관련 특혜 제공 △진보 성향인 전성인 홍익대 교수의 VIP(대통령) 비판 동향 등이 포함돼 있다.

나 원내대표는 100여 건의 입수 문서 가운데 11건이 민간인 불법 사찰과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중에는 △코리아나호텔 사장 배우자 이미란 씨 자살 관련 동향 △조선일보, BH(청와대)의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 검토 여부 취재 △조선일보,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재판 거래 혐의 취재 등 언론 관련 동향도 들어 있었다.


한국당은 모든 문서의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다만 한국당은 각 문서가 ‘민간 기업 관련 사찰’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찰’ ‘전 한국당 대통령 후보 관련 사찰’ ‘대학교수 사찰’ 등과 관련된 문서라고 설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서 출처와 제보 경위 등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리스트만 보면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을 마구잡이로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부분과 관련해 청와대가 답을 해야 하는데, 청와대는 답을 내놓긴커녕 오락가락하고 궁색한 해명만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민간인 사찰 의혹을 일축하고자 하는 의도 외에도 정권 실세의 비리 의혹을 덮으려는 시도가 읽힌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우선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과 함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검찰을 향해서는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고 김 수사관에게 칼을 휘두르려 한다면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추진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미진하면 국정조사를 검토하겠다”며 “자성 없는 오만은 부패와 추락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조목조목 반박한 靑

청와대는 한국당의 의혹 제기가 나온 직후 곧바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맞대응했다. 김 수사관의 직속상관이자 그동안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이례적으로 직접 브리핑을 했다.

박 비서관은 한국당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밝힌 11건의 문서 가운데 홍 전 대표의 대선 자금 모금 시도와 송 비상임이사 동향 등 5건은 특감반장에게 보고됐으나, 특감반의 직무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해 폐기했다고 밝혔다. MB 정부 때 방통위 특혜 제공 의혹과 전 교수 동향은 보고 자체가 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나머지 4건은 감찰반의 적법한 업무 수행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 상임위원과 김 장관 간 갈등 △박 전 대통령과 친분있는 사업자의 부정행위 등 3건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게까지 보고됐다고 시인했다. 고 전 총리 장남 관련 첩보는 박 비서관까지만 보고받은 뒤 폐기됐다고 했다. 박 비서관은 청와대 특감반의 첩보 보고는 ‘특감반원→특감반 데스크→특감반장→반부패비서관→민정수석’의 절차를 거치며, 각 단계에서 직무를 넘어서는 사안은 즉각 폐기 조치된다고 설명했다.

박 비서관은 관련 첩보 수집을 김 수사관에게 지시하지 않았다며 관련성을 강하게 부인한 뒤 “문재인 정부 초대 반부패비서관으로서 제 명예를 걸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왔다”고 강조했다. 또 “비위 혐의자의 일방적 주장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이날 논란이 된 이강래 한국도로공사의 커피머신 납품 ‘몰아주기 의혹’ 의혹과 관련해선 “김 수사관이 직무에서 배제되는 시점에 제출한 첩보여서 조사가 이뤄질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헌형/박재원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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