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융시장에서 대출 금리 상승이 예견되고 있다. 이미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5%에 육박한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더 오르면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대출 부실화가 일어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진다. 금융당국의 실효성 있는 가계부채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Fed)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2.25~2.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올해 3월과 6월, 9월에 이은 네 번째 금리인상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국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 짙어졌다. 통상 미국의 금리인상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COFIX)를 비롯한 국내 금융시장의 금리 상승을 불러온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자금을 조달한 수신상품의 금리를 가중평균한 값이다. 국제금리, 은행채 채권금리, 예금금리가 상승하면 코픽스도 함께 오른다. 은행권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기준이 되기에 코픽스가 오르면 가계대출 금리도 함께 상승한다.
한은이 지난 10월까지 1년간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코픽스는 미국의 금리인상 영향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달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상승곡선은 더 가팔라졌다.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96%로 전월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5년 2월(2.03%) 이후 3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잔액 기준 코픽스(1.95%)도 0.02%포인트 올라 2015년 9월 이후 3년2개월 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픽스 상승에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5%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시중은행 가운데 코픽스 연동 주담대 변동금리가 가장 높은 KB국민은행의 경우 신규 취급액 기준 변동금리는 연 3.48~4.68%, 잔액 기준은 연 3.62~4.82%다.
나이스(NICE)평가정보의 '담보건수별 주택담보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올 6월말 현재 가계부채 보유자 1903만명 중 631만명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3명 중 1명꼴로 주담대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주담대 보유자의 1인당 부채는 1억5486만원으로 전체 가계부채 평균(8043만원)의 두 배에 달했다.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는 주담대 보유자의 일만은 아니다. 주담대 금리를 필두로 전체 대출금리가 오름세를 타면서 1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관리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취약차주가 몰린 제2금융권에서는 연체율이 상승하며 부실 위험이 우려되고 있다.
올 9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4.7%로 작년 말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주담대는 1.9%에서 2.3%로, 가계신용대출은 6.1%에서 6.5%로 각각 0.5%포인트씩 악화됐다.
같은 기간 보험사의 가계대출 연체율도 0.54%에서 0.59%로 0.05%포인트 올랐다. 주담대 연체율은 0.34%에서 0.38%로 뛰었고, 주담대 외 가계대출 연체율은 1.33%에서 1.43%로 0.10%포인트 상승했다.
한은의 분석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각각 0.5%포인트 오르면 보유 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빚을 갚을 수 없는 고(高)위험가구의 금융부채 규모가 4조7000억원 늘어난다.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고위험가구의 금융부채는 9조2000억원 불어난다.
이자 부담이 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대출 부실화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은행권에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취약차주들이 제2금융권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금리인상은 비은행권으로 몰린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이는 연체율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실효성 있는 가계부채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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