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장비 구입 거부하는 화웨이 등 중국 대표기업들
민영이지만 정부 입김에 좌우
민영기업 여부는 '서방의 잣대'
무서운 기세로 시장 질주하는 숨겨진 이면의 변화 잘 꿰뚫어야
중국은 어떻게 세계를 흔들고 있는가
에드워드 체 지음 / 알키
중국 기업에 정통한 전문가가 중국 기업을 탐구했다. 에드워드 체가 쓴 《중국은 어떻게 세계를 흔들고 있는가》(알키)다. 저자는 보스턴컨설팅그룹 등에서 20년 동안 활동했고 현재는 글로벌 컨설팅기업 가오펑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다. 중국 기업들에 대한 오랜 컨설팅 경험 없이는 좀처럼 나오기 힘든 책이다.
근래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왜 앞다퉈 화웨이의 통신장비 구매를 반대하는가를 궁금해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화웨이 설립자 런정페이는 회사 주식을 공식적으로 1.4%만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98.6%가 노조에 가입한 종업원 지분이다. 하지만 이런 지분 구조는 ‘형식’일 뿐 실제는 중국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방국가들은 화웨이가 겉모습은 민간기업이지만 실질적으로 중국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영업체로 간주한다. 화웨이 제품을 쓰면 자국 통신망을 고스란히 중국 정부에 노출하는 셈이기 때문에 화웨이를 거부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가전업체 하이얼도 칭다오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중국에서 널리 알려진 기업의 소유구조는 이들과 비슷한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우리는 갑자기 사임하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을 보지 않았던가. 이처럼 널리 알려진 중국 대표 기업들은 소유 구조가 모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 정부의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2017년 중국 민영 기업은 2700만 개, 개인 자영업자는 6500만 곳에 이른다. 중국 경제에서 민영기업 기여도도 60%에 달할 정도로 막중하다.
이 책은 오랫동안 중국 기업을 상대로 활동했고 여전히 중국 기업들과 거래를 맺어야 하는 전문가의 의견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다시 말하면 중국 기업이나 정부를 우호적으로 그리지 않을 수 없음을 뜻한다. 그렇지만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단호하다. 서방이 서방 기준으로 중국 기업의 민영 여부를 따지는 데 눈이 가려진 나머지 중국 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신과 변화를 놓칠 가능성을 강조한다.
중국 상품을 직접 구매하면서 필자가 느끼는 단상과 저자의 주장은 거의 일치한다. 그것은 중국의 정치적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든지 간에 중국 기업들은 마치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이란 점이다. 중국 기업들은 무서운 기세로 세계 시장을 뒤흔들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서술한다. “나는 하나는 확신한다. 몇 년 안에 더 많은 인물이 잭마와 알리바바의 뒤를 이어 유럽과 미국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 될 것이다.”
중국은 물리적 상품뿐만 아니라 가상 상품에서도 세계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거대한 내수시장만 앞세운 것은 아니다. 전통적으로 중국인들이 사업에 능한 면이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사업보국으로 국가에 이바지한다는 생각을 지닌 기업가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실상을 접하면 상승 국면에서 질주하는 중국 기업들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정체돼 있는 우리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과 더불어 ‘더 분발해야 한다’는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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