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감사시간제도 초안 발표
"부실감사 막기 위해 시간 늘려야"
기업들은 "부담 커진다" 반발
[ 김병근 기자 ] ▶마켓인사이트 12월20일 오후 4시30분
내년부터 상장사가 회계 감사를 받는 시간이 지금보다 두 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감사품질 제고를 위해 기업 자산 규모, 상장 여부 등에 따라 적정 수준의 감사시간 투입을 의무화하는 ‘표준감사시간 제도’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이하 한공회)는 20일 ‘주식회사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에 따른 표준감사시간 제정안 초안을 발표했다. 회사 규모와 상장 여부, 사업 복잡성, 감사위원회를 비롯한 지배기구 역할 수준, 내부회계관리제도 등을 고려해 외부감사 대상 기업들을 6개 그룹으로 나눠 표준감사시간을 산정했다.
외부감사법 개정으로 도입되는 표준감사시간은 감사 품질을 높이기 위해 일정한 감사시간을 보장하는 제도다. 2016년 대우조선해양에서 대규모 분식회계 사건이 터진 것을 계기로 감사 품질을 높이기 위해 추진됐다.
초안에 따르면 6개 그룹 중 그룹1은 ‘개별 자산 2조원 이상 또는 연결 기업 규모 5조원 이상인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사’, 그룹2는 ‘상장사 중 그룹1과 코넥스를 제외한 상장사’로 구분됐다. 이들 상장사 그룹에 속한 기업의 감사시간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2000여 개 기업이 대상이다.
구체적으로 재무제표 감사시간이 50% 늘어난다. 또 증가한 감사시간의 40%를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에 써야 한다. 현재 감사시간이 100시간인 기업의 경우 재무제표 감사시간은 150시간으로 늘어나고, 이 중 40%인 60시간을 더해 총 210시간을 감사에 투입해야 한다.
그룹3은 ‘자산 1000억원 이상, 코넥스 상장사,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인 비상장사’다. 그룹2의 코스닥 기업과 그룹3에 대해서는 단계적 적용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외 비상장사 그룹인 △그룹4인 ‘자산 500억~1000억원 비상장사’ △그룹5인 자산 200억~500억원 비상장사 △그룹6인 자산 200억원 미만 비상장사에 대해서는 적용을 1~3년간 유예하는 것이 유력하다. 그룹3~6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내부회계관리제도 대상인 상장사가 아니어서 감사시간만 50%가량 늘어난다.
기업들은 한공회 초안에 대해 “감사시간을 늘리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상장사는 시간이 두 배가량 늘어 충격이 클 것”이라며 “기업 특성에 맞춰 시간의 상하한선을 두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표준감사시간이 정확하게 산정된 것인지 객관적인 검증 절차를 갖고 시범적용 기간을 거쳐 부담을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공회 관계자는 “한국의 감사 투입시간은 일본의 37~83%, 미국의 20~41%에 그치고 있다”며 “의견 수렴 과정에서 기업들의 고충을 듣고 최종안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공회는 다음달 11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이 초안을 바탕으로 한 ‘표준감사시간 제정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이후 20일간의 의견수렴 기간을 거쳐 확정안을 공표한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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