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몇달 전보다 성장 둔화"…내년 성장률 2.5%서 2.3%로
'금리인상 필요하다' 문구에, '약간'이란 수식어도 추가
경기따라 탄력적 적용 시사
Fed, 유동성 축소 지속 방침에, 블룸버그 "시장 우려 여전히 남아"
[ 김현석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끝낸 뒤 기자회견을 한 19일(현지시간) 오후 2시30분부터 45분간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513포인트 떨어졌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연 2.830%에서 2.782%로 급락했다. Fed의 통화정책 완화 움직임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실망한 투자자들이 급히 주식에서 돈을 빼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옮긴 탓이다. Fed는 내년 금리 인상 예상 횟수를 3회에서 2회로 줄이는 등 대체로 완화적인 분위기를 나타냈다. 금리 인상의 속도와 폭을 조절하겠다는 의사도 두드러졌다. 하지만 내년 금리 인상을 한 차례 정도로 최소화할 것을 간절히 원한 시장 눈높이는 맞추지 못했다. 블룸버그통신은 “Fed가 시장 우려를 과소평가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파월 “현재 중립금리 하단에 와있다”
Fed는 최근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 둔화 조짐 등을 반영해 내년 미 경기에 대한 기대치를 상당폭 낮췄다. 지난 9월 2.5%로 봤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석 달 만에 2.3%로 내렸다. 에너지 등을 뺀 근원 개인소비지출 기준으로 내년 물가상승률도 종전 2.1%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FOMC 위원들은 금리 전망을 표시한 점도표(dot plot)를 통해 내년 금리 인상 예상 횟수도 3회에서 2회로 줄였다. FOMC 위원들이 생각하는 중립금리 중간값도 연 3.00%에서 2.75%로 내려갔다. 파월 의장은 “현재 기준금리가 중립금리의 하단에 와 있다”고 말했다.
Fed는 성명서에도 변화를 줬다. ‘추가적 점진적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문구 앞에 ‘약간(some)’이란 말을 집어넣어 탄력성을 줬다. 또 ‘글로벌 경기 및 금융 상황에 유의하겠다’는 대목을 추가했고, 향후 추가 금리 인상을 ‘기대한다’는 글귀는 ‘판단하겠다’는 말로 대체했다.
하지만 시장을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투자자들은 당초 내년 금리 인상 횟수를 1회 정도로 예상해왔다. FOMC 위원 17명 중 내년 2회 이하 금리 인상을 예상한 위원이 11명으로 지난 9월(16명 중 7명)보다 늘었지만 여전히 6명은 3회, 5명은 2회 인상을 선호했다. 파월 의장은 “몇 달 전 예상보다 성장이 일부 둔화되는 조짐을 보고 있다”면서도 “대다수 위원은 경제가 계속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근본적으로 바꾸진 않았다”고 밝혔다. 또 “올해 말 물가상승률은 당초 예상보다 낮을 것”이라면서도 “지금 통화정책이 완화적일 필요는 없다”고 했다.
“자산 축소정책 변화시킬 생각없다”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은 원칙적으로 금리 인상과 함께 Fed 보유자산 축소 등 두 가지 긴축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데 방점이 찍혔다. 파월 의장은 ‘자산 축소 중단에 대해 논의했는가’라는 질문에 “자산 축소는 순조롭게 진행돼왔다”며 “우리가 그것을 변화시킬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Fed는 작년 10월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시작된 양적완화(QE)로 늘어난 4조5000억달러 규모의 보유자산 축소에 들어갔다. 올 10월부터는 매달 500억달러씩 보유채권 등을 없애고 있다.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지난 10일 기준 Fed의 자산은 4조883억달러로 감소했다.
최근 Fed가 금리 인상 기조를 바꿀 가능성이 지적되면서 월가에선 자산 축소도 조기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유동성 감소가 시장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모건스탠리는 Fed가 내년 9월께 자산 규모가 3조8000억달러에 달하면 자산 축소를 그만둘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자산 축소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시장 기대는 무너졌다.
파월 의장은 내년 금리 인상 횟수를 두 차례로 예고하면서도 “강한 성장과 실업률 감소를 예상하지만 그게 실현되지 않으면 경로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 지표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월가에서는 내년 금리 인상 횟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UBS는 Fed가 내년 정책금리를 2회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무역분쟁 심화 가능성 △유가 하락 △주택시장 부진 등을 고려할 때 낮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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