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수용되면 가족 생계 막막"
비대위 구성, 시청 항의 방문
교통망 확충도 언제 될지 몰라
인천 구도심 재개발 타격 우려
[ 선한결/구민기 기자 ]
“쥐꼬리 보상금을 받고 쫓겨날 처지가 됐습니다.” “서울로 출근하는 데 1시간30분 걸리게 생겼습니다.”
20일 3기 신도시 예정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수용지역 주민은 낮은 보상가를 우려했다. 수용지 바깥 주민은 교통체증 심화, 공급과잉 등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인천에선 기존 재건축·재개발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선 중개업소는 “땅값 문의보다 앞으로 집값이 떨어지진 않을지 걱정하는 문의가 훨씬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과천동 ‘강남 베드타운’ 우려
155만㎡ 부지에 공공주택 7000여 가구 조성이 예정된 과천시 과천동·주암동 등의 주민들은 단체로 반발하고 있다. 이날 주민모임인 과천시그린벨트비상대책위원회가 과천시청을 항의 방문했다. 송재헌 과천시그린벨트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과천 시민들 의견이 개발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민·관·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할 예정이고, 이를 거부하면 시위 등 민원 운동에 나설 것”이라며 “정부는 광역 교통망 조성에 대해서도 구체적이고 확실한 이행 계획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용 대상지 밖의 주민들은 강남 베드타운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번 과천지구 동쪽 옆엔 5200여 가구 규모의 주암동 뉴스테이가 개발되고 있다. 과천지구와 합하면 가구 수가 1만2000여 가구에 달한다. 과천엔 주암동 뉴스테이 부지를 포함해 기존에도 1만4000여 가구의 택지가 조성되고 있다. 모두 그린벨트를 해제해 개발되고 있다. 이 중 68%에 해당하는 9600여 가구가 행복주택과 임대주택이다.
국토교통부는 신규 택지의 약 49%를 자족용지로 조성할 예정이지만 현지 주민은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란 반응이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계획안을 보면 과천동 일대에 복합쇼핑 테마파크, 양재천변 친수공간, 물순환 테마파크 등이 조성된다”며 “자족 기능을 확충할 시설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공급과잉·교통난 우려하는 남양주
경기 남양주시 왕숙지구 일대 토지소유주들은 이날 대책회의를 열었다. 토지를 수용당하면 생계를 꾸려가는 게 막막해진다는 우려가 많았다. 한 주민은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수용 가격이 3.3㎡(평)당 100만원 안팎에 불과할 것”이라며 “그 돈으로는 다른 곳에 집을 마련하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박항곤 개발제한구역국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올 상반기 빌라 공사를 허가받아 이달 건물을 완공한 소유주도 있는데 갑자기 신도시 조성 정책이 나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며 “남양주시가 오전 10시 긴급설명회를 열려고 했지만 불만에 찬 주민들이 대거 몰리자 회의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주변 별내·다산신도시 주민들도 울상이다. 입주가 채 끝나지 않았는데 새로 6만 가구 이상 ‘공급 폭탄’이 예정돼서다. 별내동 C공인 관계자는 “대규모 신도시가 포도송이처럼 붙어 있는 꼴이 된다”며 “주민들이 집값 폭락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통망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왕숙지구의 핵심 교통망 대책은 GTX-B 노선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경제성이 부족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사업을 강행한다고 하더라도 기본계획 수립 등 남은 절차가 많아 개통까지는 최소 10년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남양주의 택시기사 김모씨는 “별내·다산신도시 입주 전엔 서울 건국대 인근까지 15분이면 갔지만 요즘은 50분 가까이 걸린다”며 “신도시 조성이 교통 체증만 가중시키는 꼴”이라고 말했다.
인천 구도심 슬럼화 걱정
인천 계양구에선 구도심 정비사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숙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인천지부 계양구지회장은 “계양구에 노후화된 주택이 90% 이상”이라며 “이를 내버려두고 새로 신도시를 개발하면 구도심이 슬럼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시 일대엔 노후 주거지가 많지만 사업성이 부족해 정비사업 속도가 느린 편이다. 미추홀뉴타운은 2008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선정됐지만 경기침체 등으로 사업 진행에 차질을 보이다가 10년 만인 올해 주택 공급이 시작됐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인천 정비사업지는 서울 강남권 등과 달리 사업성이 높지 않은 곳이 많아 인근 주택공급에 큰 영향을 받는다”며 “대규모 신규 공급이 예정된 만큼 구도심에선 새로 정비사업을 벌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구민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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