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민주화운동 활동가인 윤모 씨는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011년부터 자신에 대한 내사를 진행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윤 씨는 경찰이 2014년 블로그, 카페, 이메일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벌인 결과 혐의점을 찾지 못했지만 사건을 종결하지 않고 자신의 주변 친·인척까지 범위를 넓혀 내사를 장기간 지속 확대해왔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이 같은 경찰의 내사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측은 “내사가 길어지는 관행이 방치되면 인권침해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국가보안법 수사 현실과 따로 노는 권고”라는 반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적성 표현물 등 국가보안법 위반여부는 강력사건처럼 파헤친다고 혐의가 바로 드러나는 게 아니다”며 “오랜 기간 지켜봐야 실체가 드러나는 범죄이기에 내사에 수 년이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이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해 벌인 내사가 대표적 사례다. 2010년 처음 내사에 착수한 뒤 2013년이 되어서야 내란 선동 혐의를 밝혀냈다. 2010년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행사에서 자신이 창작한 북한찬양 시를 낭송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2016년 유죄 판결받은 황선 씨에 대해서도 경찰 내사가 3년 이상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일선 경찰관은 “인권위 권고대로라면 6개월 안에 혐의가 밝혀지지 않을 때 내사를 종결하거나 재심사받아야 한다”며 “이 기준에 맞추면 사실상 이적사범은 잡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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