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서 전투기 정비사 일하다, 불의의 사고로 중상 입고 장애
전역 후 '스매싱피더' 개발·창업
지난해 매출 11억원까지 성장
태국·印尼 호평…美진출도 눈앞
[ 조희찬 기자 ] “장애를 얻었지만 일단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새 삶을 평소 좋아하던 배드민턴에서 찾을 줄은 몰랐죠.”
배드민턴 셔틀콕 자동분사기 ‘스매싱피더’를 만드는 티엘(TL)인더스트리 김창식 대표(38·사진)의 말이다. 김 대표의 TL인더스트리는 21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제14회 대한민국 스포츠산업대상(문화체육관광부 주최·국민체육진흥공단 후원) 시상식에서 스포츠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점을 인정받아 개인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본상(우수상)을 받았다.
김 대표는 지체(척추)장애 6급이다. TL인더스트리를 세우기 전 그의 직업은 군인이었다. 공군에서 우리 군 주력 모델 중 하나인 F-15K 등을 정비하는 일을 했다. 활동적인 그에게 배트민턴은 좋은 친구이자 취미, 스트레스 해방구였다.
그런 그에게 불행은 예고하지 않고 순식간에 찾아왔다. 훈련 중 크게 다쳤고 목 디스크가 튀어나오는 등의 중상을 당했다. 목 뼈 3개를 떼는 대수술 끝에 겨우 일어났지만 장애를 피하진 못했다. 후유증으로 일반인이 좌우 90도 가까이 고개를 돌릴 수 있는 것과 달리 김 대표는 목을 거의 돌리지 못한다.
김 대표는 “절망적이었지만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절실했다”며 “우울해 있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마냥 ‘백수’로 있을 순 없었다. 그러다 보니 군대에서 취미로 제작했던 배드민턴 발사기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군에 있을 때 취미로 만든 배드민턴 발사기를 특허청 주관 ‘군 장병 발명경진대회’에 출품해 개인 특허를 받았다. 한창 배드민턴을 칠 때 파트너가 없어 고민하다가 개발한 제품이었다. 김 대표는 전역 후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지원을 받아 완성도를 높였고 지금의 스매싱피더를 탄생시켰다.
야심차게 내놓은 스매싱피더를 향한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야구처럼 자동발사기가 이미 널리 쓰이는 일반 구기 종목과 달리 배드민턴 자동발사기는 셔틀콕의 생김새 때문에 선발 주자들도 개발에 애를 먹고 있었다. 이전까지 배드민턴 자동발사기의 기능은 셔틀콕을 좌우로 띄워주는 역할을 하는 게 전부였다.
반면 김 대표의 스매싱피더는 좌우는 물론 네트를 살짝 넘기는 ‘헤어핀’ 샷까지 구현이 가능하다. 또 버튼 하나로 코트를 9개 구역으로 분할해 오차 범위 30㎝ 이내에 셔틀콕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는 “제품에 대한 자신감은 물론 배드민턴 시장에 대한 확신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2015년 3000만원이던 매출은 이듬해 10배인 3억원, 지난해 11억원까지 뛰었다. 올해는 지난해 이상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배드민턴 선진국으로 불리는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선 바이어들의 관심이 뜨겁다. 그는 당장 다음달 동남아시아를 도는 출장 계획이 잡혀 있다. 미국 진출도 눈앞에 두고 있다.
김 대표는 “베트남과 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당장 연습에 쓰기 위해 발사기의 속도를 높여 달라고 요청해 왔다”며 “스매싱피더를 이용한 스크린 배드민턴도 개발해 이제 혼자서도 배드민턴을 칠 수 있게 됐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배드민턴의 저변 확대를 위해 더 열심히 달리겠다”고 다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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